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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2대책 이후] 집 팔라는 정부, 안 판다는 다주택자

입력
2017.08.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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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안 팔면 양도세 안 내”

갭투자자 “오히려 추가 투자 기회”

전문가 “보유세 강화해야 효과”

풍선효과도 우려… 당분간 거래 잠잠

정부가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강남 개표동 주공 아파트 부동산 업소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bwh3140@hankookilbo.com
정부가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강남 개표동 주공 아파트 부동산 업소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bwh3140@hankookilbo.com

회사원 한모(38)씨는 지난해 8월 전세(1억8,300만원)를 안고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전용면적 51㎡ 아파트를 1억9,800만원에 샀다. 자기 돈은 1,500만원만 들었다. 3년 전부터 부동산 투자에 나선 그는 이러한 갭투자로 이미 서울에 아파트 4채를 갖고 있다. 한씨는 3일 “8ㆍ2대책은 무리한 대출이 없는 투자자들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지면 추가 매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면서 매매가격은 떨어지는 반면 실수요자들이 매매 대신 전세를 택할 가능성이 커 전세가격은 오를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갭투자가 더 쉬워지는 셈이다.

서울 송파구에 살면서 노후 임대 수익용으로 경기 하남시의 아파트를 전세 안고 구매한 2주택자 박모(45ㆍ회사원)씨도 “양도소득세가 강화된다고 해도 집을 팔지 않으면 세금 낼 일이 없는 만큼 당장 아파트를 매도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급매물이 나온다면 매수 기회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 집을 사 망한 경우는 못 봤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다주택자를 정조준한 8ㆍ2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은 정부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양도세 중과 예고가 주택 처분으로 이어질 것이란 정부 기대와 달리 다주택자들 상당수는 매매 대신 보유를 택하는 분위기다. 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가 팽팽해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3일 “지금은 불을 끌 때”라며 “정부가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시기를 내년 4월로 잡은 이유에 대해서도 “팔 기회를 드리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8ㆍ2 대책에 따라 2주택자가 내년 4월부터 전국 40곳 청약조정대상 지역에서 주택을 양도할 경우 양도세율은 기본세율(6~40%)에서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 높아진다.

그러나 서울 서초구ㆍ강동구에 각각 아파트 한 채씩을 갖고 있는 직장인 정모(47)씨는 “집값이 단기적으론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며 “양도세 중과가 무서워 서둘러 급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갭투자로 경기 고양에 아파트 4채를 갖고 있는 임모(46)씨도 “매매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로 갖고 가면서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는 방법은 전세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한 위험요소가 없다”고 말했다. 허명 부천대 부동산유통과 교수는 “다주택자를 제재하려면 매매를 해야 부과되는 양도세 말고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단의 공급대책 없이 이번에도 규제 일변도로 정책이 발표된 터여서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평촌의 P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서울 인근에 있으면서 청약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경기 평촌(안양)ㆍ송도(인천) 등으로 투기 수요가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급매물도 나오고 있지만 서울 강남권 부동산중개사무소는 이번 주 대부분 문을 닫고 휴가를 간 상태여서 뚜렷한 움직임이 없다. 관망세가 겹치면서 당분간 거래 절벽이 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집값이 잡힐 것이란 신호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0.33%)은 전주(0.24%)보다 상승폭이 오히려 더 커졌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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