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 멀지않아)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나뭇잎이 누르러 보이니 이제 겨울도 (머지않았다 / 멀지않았다).”
( )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머지않아’와 ‘머지않았다’이다. ‘머지않다’는 ‘시간적으로 멀지 않다’는 뜻의 낱말이다. 그렇다면 ‘멀다’를 부정하는 말을 왜 ‘멀지 않다’가 아닌 ‘머지않다’로 쓰는 걸까? ‘시간적 사이가 오래지 않다’는 뜻을 ‘공간적 거리가 많이 떨어지지 않다’는 뜻과 구분 지어 특별히 낱말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간적 거리가 많이 떨어지지 않다’는 뜻은 낱말이 아닌 구로 표현한다. “우리 집에서 읍내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처럼.
그런데 ‘멀다’가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쓰이는데도 시간을 부정하는 표현만 특별히 낱말로 취급되는 이유는 뭘까? 그렇게 된 이유는 ‘불원간(不遠間)’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불원간’은 ‘(시간적으로) 멀지 않아’의 뜻을 지닌 낱말이다. 그러니 ‘불원간’이 쓰일 자리에 ‘멀지 않아’가 대신 들어가 쓰일 수 있다. “언로가 막히면 불원간(멀지 않아) 나라가 망할 것이다.”처럼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멀지 않아’는 하나의 낱말로 인식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결합한 ‘멀지않아’는 ‘ㄹ’이 탈락된 ‘머지않아’로 바뀌며 낱말로 완전히 굳어졌을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머지않아’가 아닌 ‘머지않다’만 수록하고 있다. ‘머지않아’를 ‘머지않다’의 활용 형태로 본 것이다. 그러나 ‘머지않아’가 만들어진 과정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이를 별도의 낱말로 수록하는 걸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머지않아’(부사)와 ‘머지않다’(형용사)를 모두 표제어로 수록하고 있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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