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스프링캠프 당시 성민규 스카우트가 내야 수비 훈련 중이던 한 남미 선수를 가리키며 “3년 내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재목이니 SNS 친구라도 맺어놓아라”고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기대만큼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스탈린 카스트로(현 뉴욕 양키스)가 스무 살의 나이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스카우트의 눈에는 출중한 기량을 갖고 있었던 그의 성장을 가로막은 이유는 뭘까. 성민규 스카우트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2010년 마이너리그 시즌을 ‘평범하게’ 보낸 뒤 2011년 시즌 전에 주위의 권유로 심리 상담을 받았는데, 이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한다.
심리 상담가는 그의 서투른 감정 조절 법과 성공에 대한 압박감 등 몇몇 문제를 정확히 찾아낸 후 자기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이 방법을 받아들인 그는 훈련 태도와 인성이 180도 바뀌었고, 결국 타고난 자신의 실력을 되살려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메이저리거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달고 있는데, 그가 바로 휴스턴의 전천후 유틸리티 플레이어 마윈 곤잘레스다.
곤잘레스처럼 타고난 기량과 피나는 노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정신적인 부분이다. 스포츠 심리학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부각됐다. 흔히 야구팀에는 감독 외에 투수 코치, 타격 코치, 수비 코치, 주루 코치 등이 있는데 이제 한국 팀들한테 다소 생소한 멘탈 코치를 두는 미국 야구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야구단의 멘탈 코치와 일반 스포츠 심리학자들의 차이점을 찾는다면 멘탈 코치는 야구 선수로서의 경험은 물론 야구 코치의 경험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스포츠 심리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은 사람들이다. 야구 선수와 코치로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 심리학자들보다도 선수들의 마음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멘탈 코치다.
시카고 컵스 야구단에서 5년째 멘탈 코치로 일하고 있는 레이 푸엔테스는 대학 때까지 야구 선수를 했다. 선수를 그만둔 후에는 마이애미 대학 등에서 7년간 코치를 한 경험이 있다. 또한 대학원에서 스포츠 심리학으로 석사 과정을 밟은 인재다.
푸엔테스가 뽑은 엘리트 선수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정신적인 요소는 바로 ‘자신감’(confidence)과 ‘자기 관리’(self-management)다. 특히 후자를 강조했다. 푸엔테스는 “운동에 방해를 줄 수 있는 수많은 유혹들을 멀리하고 자기가 정해 놓은 루틴을 지키는 자기 관리에도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예로 메이저리그 통산 355승의 투수 그렉 매덕스 얘기를 들려줬다. 매덕스는 시즌 중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는 것. 실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자기 관리에 실패해 조기 은퇴를 하고 관심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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