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검찰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경비원 출신으로 뒤늦게 징역형을 받은 96세 나치 부역자에게 복역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2일 AP통신에 따르면 독일 하노버 검찰 당국은 이날 과거 나치 캠프 경비병으로 일한 오스카어 그뢰닝(96)의 형 집행을 유예해 달라는 변호인의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나치 정권 때 아우슈비츠 간수로서 유태인 등 30만명의 학살을 방조한 죄를 물어 그뢰닝에게 선고한 징역 4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그는 앞서 2015년 7월 뤼네부르크 지방법원이 검찰 구형량보다 6개월 많은 징역 4년을 선고하자 항소했으나 대법원은 기각했다.
카트린 죄프커 검찰 대변인은 “교도소 안에 적절한 의료 관리가 이뤄지면 피의자가 형을 사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의료진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뢰닝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아우슈비츠 수용소 경비원으로 2년여 근무했다. 독일 언론은 그가 수용자들의 짐을 압수하고 금품을 계산해 독일로 보내는 일을 한 점을 들어 ‘아우슈비츠의 회계원’이란 별칭으로 불렀다.
검찰은 2015년 그뢰닝을 1944년 5∼7월 가스실 집단학살을 자행한 나치 공범으로 간주해 기소했다. 그는 재판에서 “진심으로 뉘우친다”며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나는 거대한 기계의 작은 톱니바퀴에 불과하다”면서 학살에 직접 가담한 혐의는 끝내 부인했다.
독일 정부는 종전 후 극소수를 제외하고 나치 학살 연루자들에게 대부분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해 80세가 넘는 고령의 부역자들도 종범으로 기소하는 추세이다. 그뢰닝 변호인 측은 그가 초고령 나이임을 감안, 수형을 피할 추가적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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