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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역사 알릴 수 있다면 ‘군함도’ 논란 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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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역사 알릴 수 있다면 ‘군함도’ 논란 감당"

입력
2017.08.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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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은 “‘군함도’가 선동 영화로 받아들여질까 봐 자극적인 장면도 배제했다”며 “우리 내부의 성찰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가 선동 영화로 받아들여질까 봐 자극적인 장면도 배제했다”며 “우리 내부의 성찰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일본에 사도광산이란 곳이 있는데 아세요?” 영화 ‘군함도’가 500만 관객을 돌파한 2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류승완(44) 감독은 흥행 축하 인사에 “더 기쁜 일이 있었다”며 불쑥 다른 얘기를 꺼냈다. “일본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검토해 왔는데, 며칠 전 후보에서 제외했어요. 조선인 강제 징용의 역사가 서린 곳이죠. 과도한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영향이 분명 있었다고 봅니다.”

5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도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군함도의 역사를 알게 됐다는 사실”에 의미를 뒀다. 류 감독이 ‘군함도’를 만든 이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신념과 포부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군함도’는 올 여름 가장 뜨거운 영화다. 일제강점기 일본 나가사키 인근 하시마(군함도) 탄광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집단 탈출기에 적폐청산 화두를 담았다. 친일부역자가 일제만큼 악랄하게 그려지다 보니, 관객들 사이에서 ‘식민사관’과 ‘국뽕’이란 서로 상반되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류 감독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흥미롭기도 했다”며 웃었다.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게 당연합니다. 오히려 통제하려 드는 게 문제죠. 비이성적으로 과열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르면 진실이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들 중에는 영화의 의도에 공감해준 분들도 많으니까요. 다시 ‘군함도’를 만들 기회가 온다고 해도 제 선택을 바꾸지는 않을 겁니다.”

‘군함도’에 담긴 하시마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묘사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군함도’에 담긴 하시마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묘사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들은 한국영화계와 관객들이 류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류 감독은 “영화를 만들 기회가 없어서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 논란의 중심에는 우리 스스로 아픈 역사에 무지했다는 자책과 반성이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저 역시도 2013년 군함도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군함도의 역사를 몰랐거든요.”

개봉 첫날 상영점유율 55%에 달했던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는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 10년도 더 된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송구스럽다”며 “소모적인 논란과 피로를 끝내기 위해 반드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류 감독도 개봉일 스크린 수(2,027개)를 보고 적잖이 놀랐던 듯하다. 창작자가 제어할 수 없는 문제임에도 결국 창작자에게 비난이 쏠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류 감독은 “한 명이라도 더 군함도의 역사를 알게 된다면 논란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군함도를 실제와 거의 흡사하게 구현해 낸 것도 “관객들에게 ‘영화적 체험’을 선사해 그곳에서 착취 당한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금 더 가깝게 전달해야 한다”는 각오 때문이었다. “주연배우들부터 100명 가까운 조〮단역 배우들과 수백명의 스태프가 수개월간 고생했지만 어느 누구도 ‘힘들다’는 얘기를 하지 않아요. 실제 징용자들의 현실을 알면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없죠.”

류 감독은 ‘군함도’를 허구의 창작물로 폄하하는 일본 정부도 날카롭게 꼬집었다.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면서 약속했던, 강제 징용 사실 인정부터 하라는 얘기다. “과거가 청산돼야 이성적인 소통과 교류도 가능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이제 역사학계에서도 군함도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어요. 관객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 영화 만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군함도’에 중국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들도 그곳에 강제 징용됐기 때문이다. 류승완 감독은 “제작 초반에 중국에서 공동 제작 제안도 받았지만 정중하게 고사했다”는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군함도’에 중국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들도 그곳에 강제 징용됐기 때문이다. 류승완 감독은 “제작 초반에 중국에서 공동 제작 제안도 받았지만 정중하게 고사했다”는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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