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의 작가 12명이 ‘PD수첩’ PD들의 제작 중단 지지를 선언해 ‘PD수첩’ 제작을 둘러싼 사내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PD수첩’의 작가 12명은 2일 성명을 내고 “언제부터인가 ‘PD수첩’은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가 아니라 ‘방관자’가 됐다”며 “PD 10명의 제작 중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PD수첩’ 제작진들은 지난달 15일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을 소재로 한 ‘한상균은 왜 감옥에 있는가?’라는 제목의 방송 기획안을 준비해 조창호 MBC 시사제작국장에게 제출했으나 프로그램 제작 허가를 받지 못했다. 제작진은 ‘한상균을 향한 두 개의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제작 허가를 다시 요청했지만 이 역시 불허됐다. 이에 대한 반발로 ‘PD수첩’의 PD 10명은 지난달 21일 오후부터 제작 중단을 선언했고 ‘PD수첩’은 25일부터 방송되지 않고 있다.
작가들은 “섭외와 취재의 최대 걸림돌은, MBC 그 자체였다”고 주장했다. 취재 작가들이 취재원에게 취재를 요청할 때마다 신분을 밝히면 MBC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재를 거부 당하고 심한 경우 전화 통화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시사프로그램 작가로 첫 발을 내디딘 한 취재 작가는 “‘피디수첩’에 온 뒤, 세월호나 4대강 아이템 기획안은 곧바로 킬 당했다(불허됐다)”며 “그게 계속 반복되니까 사건사고 아이템만 찾게 되더라”고 폭로했다.
제작 중단의 계기가 된 노동 아이템 제작 불허와 관련해 작가들은 “1990년 첫 방송 이래 27년간 숱하게 다룬 노동 문제 아이템이 ‘청부 아이템’이라면, 최근 업무 과중으로 인한 자살과 구조조정 문제를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의 노조 문제를 다룬 KBS ‘추적 60분’은 누구의 ‘청부’를 받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MBC 사측은 언론노조의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을 방송에서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기에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방송 제작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작가들은 “목격한 것에 침묵하지 않는, 살아있는 어떤 권력과도 단호하게 맞서는, 다시 우리는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로서 글을 쓰고 싶다”며 “PD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MBC에 정의를 다시 세워라. 우리가 함께 하겠다. 사측에 간곡히 부탁한다. (사장 등은)속히, 떠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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