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인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우사인 볼트(31ㆍ자메이카)의 자신감은 여전했다.
그는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브루워리에서 열린 런던 세계육상선수권 미디어데이에서 한치 머뭇거림도 없이 이 같이 답했다.
볼트의 올 시즌 100m 개인 최고 기록은 9초95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집계한 시즌 랭킹은 공동 7위에 머물러 있다. 그는 지난 4월 절친한 친구이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은메달리스트인 저메인 메이슨이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을 목격한 뒤 충격에 빠져 한동안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30대에 접어든 나이와 충분하지 못한 훈련량 등을 언급하며 볼트의 위기를 전망하는 언론도 있었다. 하지만 볼트는 개의치 않았다. “내 걱정은 언론만 한다”며 비꼬기도 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나를 오래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중요한 무대에 서면 나는 절대 지지 않는 사나이가 된다”며 “나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100%다. (글렌 밀스) 코치도 ‘볼트, 이제 정상에 설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볼트는 큰 무대에 강했다.
그는 2009년 베를린, 2013년 모스크바,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 100m, 200m, 400m 계주 금메달을 독식했다. 2011년 대구 대회에서도 100m 예선 부정 출발의 아픔을 딛고 200m와 400m 계주 금메달을 따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400m 계주에 함께 나선 네스타 카터(31)가 추후 검사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돼 자메이카 계주팀 전체가 금메달을 박탈당하면서 전인미답의 ‘트리플- 트리플(3관왕 3연패)’이 무산됐지만 2008년 베이징(100mㆍ200m),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100mㆍ200mㆍ400m 계주) 등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8개를 독식했다.
볼트는 은퇴 무대인 런던 세계선수권에서 100m와 400m 계주만 출전한다.
그는 “100m는 철저한 개인 종목이다. 우승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계주에도 변수는 있지만, ‘언비터블 볼트’의 기록은 이어가고 싶다”고 2관왕 의지를 다졌다.
볼트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신예 안드레 드 그라세(23ㆍ캐나다)가 꼽힌다.
하지만 볼트는 “그라세는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라고 일축했다. 자신의 라이벌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세계 기록 달성에 대한 질문에 볼트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100m(9초58), 200m(19초19) 세계 기록은 내가 절정의 몸 상태일 때 작성했다. 다시는 그런 기록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볼트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금지약물 복용 의혹에 휩싸인 적이 없다. 최근 세계 육상이 도핑 스캔들로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볼트는 ‘청정 지대’다. 누구보다 자주 도핑 테스트를 받지만 늘 깨끗하게 통과했다.
그는 “약물에 물든 스포츠는 더는 스포츠일 수 없다. 육상을 뒤흔드는 약물이 사라져야 한다”며 “마지막 무대에서도 깨끗한 몸으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볼트는 5일 100m 예선을 치르고, 6일 100m 준결선과 결선에 차례대로 나선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