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 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전쟁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화당 중진 의원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고 언론에 공개한 데 이어, 백악관도 관련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유달리 공격적이고 개성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알려지면서, 가뜩이나 악화한 북한 핵ㆍ미사일 위기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레이엄 의원은 1일(현지시간) 미 NBC방송 ‘투데이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북한 자체를 파괴하기 위한 군사적 선택이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장거리 핵미사일 개발을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원래부터 북한과의 전쟁을 주장할 정도로 대북 강경파인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말했고, 나는 그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발언한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어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 같은 외교적 수단을 통해 북핵 프로그램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치명적인 군사행동을 취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북핵 자체를 제거하는 것보다 북한 정권 자체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터져 나온 그레이엄 의원의 발언은 한때 진위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이날 오후 백악관이 관련 사항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신빙성이 더욱 높아졌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을 공격해야 한다는 그레이엄 의원 주장을 백악관이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수 차례 대답을 회피하다가 마지못해 “모든 대안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대통령은 이미 수 차례 북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매우 솔직하게 언급한 바 있다. 우리는 모든 대안을 검토 중이며, 일이 벌어지는 순간까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 교체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백악관은 외교ㆍ평화적 해법 만이 검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과 틸러슨 장관의 유화적 태도 가운에 어떤 것이 미국의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을 중단시키는 게 우리의 가장 큰 우선순위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걸 동맹국과 함께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