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70명 휩쓸리고 1일도 이안류 발생 탓 전면 통제
“대각선 방향으로 탈출해야” 조언
31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이안류(역파도)가 발생, 피서객 70여명이 휩쓸렸다.
119 수상구조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이안류 발생 우려가 있어 입욕을 전면 통제한 상황이었지만 모처럼 휴가를 낸 피서객들이 “멀리서 왔는데 바다에 왜 못 들어가게 하나”며 항의가 빗발치자 부득이 파도가 잠잠해진 낮 12시쯤 경계근무를 강화하며 입욕을 허락했다.
하지만 오후 1시 11분쯤 해운대 해수욕장 6~7망루 사이에 폭 7m 가량, 8~9망루 사이에 폭 4m 가량의 이안류가 형성되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각각 50여명과 20여명 등 총 70여명이 이안류에 휩쓸렸고, 당황한 피서객들은 비명을 질렀다. 119수상구조대 36명과 민간구조대 20명이 구조에 나서 20여분 만에 피서객 모두를 구했지만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1일 2,3m 높이의 파도와 이안류가 재차 발생해 입욕이 통제됐다. 기상청은 2,3일에도 이안류 주의단계를 예보한 상태다.
국내 대표적 피서지인 해운대 해수욕장의 이안류 피해가 올해도 어김없이 발생, 피서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부산시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해운대 이안류 발생과 구조인원은 2014년 23건에 51명, 2015년 6건에 45명, 지난해 16건 49명으로 나타났다.
국립해양조사원이 국내 주요 해수욕장 개장기간 모니터링 결과 지난해 이안류 발생일수는 해운대 해수욕장 48일, 중문 62일, 대천 17일, 경포대 19일 등으로 타 지역에 비해 빈도수에서 많은 편에 속한다.
이안류는 모래로 형성된 해수욕장에서는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해변의 양쪽 끝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통상 해수욕장의 중간으로 흐르는데, 이 에너지가 임계점을 지나면 둑이 터지듯 툭 터져 바다로 빠르게 흐르는 것이 바로 이안류다.
전문가들은 이중 유독 해운대의 이안류가 심각한 것은 이 일대 해저지형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철 부경대 해양학과 교수는 “해운대 해수욕장은 해변에서 약 1.2㎞ 떨어진 바다 속에 5m 정도로 솟은 언덕이 있어 그 일대 파도의 세기를 약하게 한다”며 “언덕 양쪽으로는 파도의 힘이 상대적으로 큰데 이 에너지가 해변에 모여 이안류를 자주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갑자기 흐르는 해류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힘이 빠지면 물을 먹고 사고로 이어지는 게 대부분이다”며 “이안류는 좁은 지역에 짧게 발생하는 만큼 잠시 해류에 몸을 맡겼다가 약해지면 해안에 평행하게 움직여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대처방안을 설명했다.
기상청은 매년 해운대해수욕장의 이안류 발생 예측정보를 망루별, 시간별로 제공하고 있다. 이안류 예측정보는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후 6시까지 3시간 간격으로 4단계(안전, 주의, 경계, 위험)로 매일 제공된다. 또 국립해양조사원은 해수욕장 앞바다에 설치한 파고계를 이용, 수영객에게 위험상황을 전달하는 ‘이안류 감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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