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는 지난 4월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체면을 구겼다. 최다빈(17ㆍ수리고)이 종합 10위에 올라 여자 싱글 출전권 2장을 획득했을 뿐 나머지 종목은 모두 놓쳤다.
한국 피겨가 개최국의 자존심을 세울 마지막 기회는 오는 9월말 독일에서 열리는 네벨혼 트로피 대회다. 이 무대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최종 예선 대회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올림픽 대표선수 1차 선발전을 통해 네벨혼 트로피에 나설 선수들을 확정했다. 남자 싱글 우승자 이준형(단국대), 아이스댄스에 단독 출전한 민유라-알렉산더 게멀린 조, 페어 우승팀 김수연(인천논현고)-김형태(명지대) 조가 네벨혼 트로피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노린다.
남자 싱글에 6장, 아이스댄스에 5장, 페어에 4장의 평창행 티켓이 걸려있는 이 대회는 출전 선수 가운데 올림픽 출전권이 없는 나라의 선수를 대상으로만 티켓을 준다. 때문에 외관상으로는 티켓을 따낼 확률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한국 남자 싱글은 역대 네벨혼 트로피를 통해 올림픽 티켓을 따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4년 전에는 김진서(한국체대)가 네벨혼 트로피를 통해 2014 소치올림픽 출전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이번에도 아직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프로그램에 넣지 못한 이준형의 힘겨운 도전이 예상된다. 한국 피겨의 불모지로 꼽히는 페어 역시 4장의 티켓이 남은 이번 대회에서 북한, 일본, 호주, 체코, 크로아티아 등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전망은 밝지 않다.
그나마 아이스댄스의 상황은 두 종목보다 낫다.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가져간 나라는 12개국이다. 출전권을 놓친 국가 중 아이스댄스를 제대로 하는 나라는 독일, 일본, 핀란드 등으로 한정된다. 네벨혼에 아이스댄스 5장의 티켓이 걸려있어 민유라-게멀린 조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만약 한국 피겨가 네벨혼 트로피에서 남자 싱글, 아이스댄스, 페어 종목의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부분은 개최국 출전권이다. 개최국이 피겨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등에서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지 못한 종목이 있으면 ISU가 정한 최소 기술 점수를 만족하고, 단체전(팀 이벤트)의 추가 정원(10명) 내에서 쿼터가 남았을 때 출전권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팀 이벤트는 남녀 싱글, 페어, 아이스댄스 중에서 3종목 이상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나라만 출전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 3종목만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경우 추가 정원을 활용해 4개 종목을 완성할 수 있고, 쿼터가 남으면 개최국이 가져간다. 소치올림픽 때는 팀 이벤트에 나가는 팀들이 추가 정원 10장 가운데 3장만 사용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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