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공보국장이 임명된 지 불과 열흘만에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월가 금융인 출신이자 과격하고 화려한 언사로 ‘도널드 트럼프의 본능(이드)’이라고까지 불렸던 스카라무치였지만 백악관 안팎에서 많은 혼란과 비판을 불러일으킨 것이 해임 배경으로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7월 31일(현지시간) 스카라무치가 공보국장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스카라무치가 공보국장 지위를 맡고 있는 인물로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스카라무치는 7월 21일 새 공보국장으로 임명된 이후 열흘간 좌충우돌했다. 주간지 뉴요커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이나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동료를 거친 언어로 비난했다. 백악관 내 “유출자” 색출에 나서겠다고 공공연하게 외치는 등 과격한 활동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언론은 스카라무치 해임에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스카라무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서실장을 거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다”고 자랑하는 등 백악관 ‘지휘체계’를 흔들었으며 이것이 군 출신인 켈리 실장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스카라무치의 해임은 마이크 덥키와 숀 스파이서에 이어 트럼프 정권에서 세 번째로 백악관 공보국장 역할을 맡은 인물이 백악관을 떠나는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백악관이 또다시 격변을 겪고 있다”고 적었지만 한편으론 국토안보장관에서 비서실장으로 넘어온 존 켈리가 백악관의 혼란을 수습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스카라무치의 등장을 계기로 백악관을 떠나려던 스파이서 전 대변인이 백악관으로 돌아올 ‘의무감’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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