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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교수 “북한 도발에도 베를린 구상은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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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교수 “북한 도발에도 베를린 구상은 죽지 않았다”

입력
2017.08.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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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화 국면 전환 염두에 둘 것

北 협상 복귀 인센티브 논의해야

中 통한 대북압박은 한계 있어

사드 추가 임시 배치는 아쉬워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은 31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화와 협상 국면을 고려한 대북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도발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 구상을 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구상이 빛을 잃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베를린구상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 멘토로 불렸던 김 교수는 3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지금은 북한이 자신의 능력 최대치를 보여주기 위해 도발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결국 자신의 생존을 위해 협상장으로 돌아올 것”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미국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대화 국면 전환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남북미 3각 구도가 진행되는 한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왔을 때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 한미가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국가안보실 2차장에 임명됐던 김 교수는 검증논란 와중에 자진 사퇴하고 학교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팀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_북한의 두 차례 ICBM급 미사일 발사로 베를린구상이 공허해진 것 아닌가.

“베를린구상이 죽었다는 지적도 나오던데, 그렇게 판단하기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북한은 북한대로의 계산법이 있다. 지금은 자신의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보여주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는 시점으로 (북한의)대외정책이 온통 미국에 쏠려있어 우리의 제안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_이미 ICBM 완성 단계에 있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두겠는가.

“남북미 3각구도에 주목해야 한다. (베를린선언의)대북제안은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지만 남북미 3각 구도에서 북한과 미국 간 연결고리 역할을 살려내겠다는 의미도 있다. 지금은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묵묵부답이지만 남측과의 대화를 모색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것을 북한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_미국이 북한의 잇단 도발을 용인하겠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다. 오바마 정권 당시의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압박과 대화 모두를 열어놓고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북한 ICBM 발사로 당장 미국 내에서 선제타격론이 나올 수 있지만 현실적 옵션은 아니다. 결국 미국도 속으로는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 한미의 역할 분담이 있지 않겠나.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이 역시 미국과 협상을 위해 몸값을 올리기 위한 선제적 대미 압박을 가하는 측면이 크다. 궁극적으로 두 나라를 만나게 하는 것이 한국의 궁극적 역할이다. 문재인 정부도 지금쯤 대북특사를 보낼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_북한 ICBM 시험발사 이후 중국의 태도는 얼마나 달라지겠나.

“외교적 수사로는 대북압박 필요성을 강조하겠지만 실제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핵문제를 다루는 강도가 미국과 한국이 다르고, 한국과 중국이 또 다르다. 중국이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다급함은 한미를 따르지 못한다. 북한을 대미 충돌의 완충지역으로 보는 중국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중국을 통한 대북압박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_정부의 사드 발사대 4기 임시 배치 판단은 적절하다고 보나.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중국과의 관계회복 가능성을 보며 발사대 4기 배치를 보유하고 있던 것이다. 시간을 벌며 다양한 전략적 카드로 쓸 수 있었는데 카드를 너무 빨리 소진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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