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ㆍ한도는 인터넷은행 유리
1년 만기 예ㆍ적금 금리 年 2.0%
하루만 맡겨도 1.2% 이자 제공
거대 조직망 강점 시중은행
각종 멤버십 포인트로 혜택 제공
증권ㆍ보험 등 연계상품도 다양
신속ㆍ편리함을 무기로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돌풍에, 막대한 자본력과 조직망을 갖춘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맞대응 상품과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선 그만큼 고를 수 있는 상품의 선택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다만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 모두 각각 강점과 약점이 공존하는 만큼, 자신에게 유리한 상품과 서비스를 적절히 취사선택하는 소비자의 현명함도 동시에 요구된다.
‘더 짧고 쉽게 가입’ 경쟁 치열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초반 폭발적 인기에는 단순ㆍ간편한 계좌 개설 절차가 한 몫을 하고 있다. 모바일로 본인 휴대전화, 신분증, 본인 명의 다른 은행 계좌 등을 확인하면 불과 5~8분 만에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은행업무를 이용하기 위한 로그인(인증) 과정에서 지문은 물론, 휴대전화 패턴만으로 접근이 가능한 점도 신선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절차는 이미 기존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상용화하고 있다. 모바일 비대면 계좌 개설만 따지자면, KEB하나은행의 ‘1Q뱅크’는 평균 5분 만에 계좌개설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통로가 우리은행 인터넷뱅킹, 위비뱅크, 위비스마트키오스크 등으로 다양하며 개설 시간도 최대 8분으로 길지 않다.
오히려 인증 방식은 시중은행이 더 다양하다. 보편화된 지문 인증 외에도, 홍채 인증, 손바닥정맥 인증 등을 제공하고 있다.
금리 경쟁력은 인터넷은행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면에선 인터넷은행을 따라갈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예ㆍ적금 금리는 1년 만기 이율이 연 2.0%다. 500만원까지는 하루만 맡겨도 연 1.2% 금리를 제공하는 ‘세이프박스’도 운영한다. 기본금리가 연 1%대 초중반에서 시작하는 시중은행 모바일 예ㆍ적금 상품과는 출발선부터 다르다.
다만 시중은행은 ‘우대금리’를 적용해 연 2%대 중반에서 3%대 중반까지 이자를 주는 모바일 상품이 있다. 우대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인터넷은행보다 높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대출 금리와 한도에서도 출발선은 인터넷은행이 유리하다. 카카오뱅크의 마이너스통장ㆍ신용대출 한도는 1억5,000만원까지이며 금리도 최저 연 2.86%부터로 연 3%를 훌쩍 넘는 시중은행 마이너스통장ㆍ신용대출보다 낮다. 또 시중은행들은 대개 공무원, 교사, 법조인, 의사 등 우량직업군에만 대출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인하해 준다. 다만 인터넷은행이라고 무조건 저금리에 한도를 늘려주는 건 아니고, 대출자의 신용등급과 소득 등에 따라 한도ㆍ금리를 차등적용 한다.
신청에서 집행까지 불과 5분 안팎에 이뤄지는 대출의 신속성도 인터넷은행의 장점이다. 일부 시중은행도 모바일로 간편 대출을 해주지만 기존 거래로 상환능력이 입증된 고객들만 가능하다. 나머지는 소득증명 등 각종 서류제출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간편 이체 서비스는 ‘기본’
카카오뱅크의 최대 무기는 카카오톡이다. 4,000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통해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다양한’ 친구에게 송금이 가능하다. 보낼 금액을 설정하고 친구를 검색한 다음, 친구 실명과 인증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송금이 완료되는 초간단 구조다. 돈을 받는 친구는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받고 거기에 입금 받을 계좌번호를 넣으면 돈을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도 비슷한 간편이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위비톡을 통해 카카오뱅크와 같은 방식의 서비스를 이미 제공 중이다. 우리은행은 또 음성 인식 인공지능(AI) 뱅킹인 ‘소리(SORi)’를 자체 구현해, 음성만으로 조회는 물론 송금 등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령층이나 시각장애인에게 유용한 서비스다. KEB하나은행도 수취인 계좌번호를 몰라도 전화번호와 실명만으로 ‘하나머니’를 송금할 수 있고, ‘아내에게 10만원’ 등 문자메시지만으로 이체가 가능한 텍스트뱅킹, “아들에게 3만원” 등 구두로 송금하는 음성 인식 텍스트뱅킹도 제공하고 있다.
해외송금은 카뱅, 멤버십은 시중은행이 유리
카카오뱅크는 해외송금 수수료도 시중은행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미화 5,000달러 이하를 송금할 때 수수료는 5,000원이면 충분하다. 시중은행들이 앞서 해외송금 수수료를 대폭 낮췄지만 카카오뱅크 수준까지 낮추진 못했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거대한 조직망과 영업 네트워크를 이용해 각종 멤버십 포인트를 통한 혜택 제공에서 강점을 가진다. 온ㆍ오프 연계 상담 기능 등을 모바일에 탑재해 자산활용과 운용 등에서도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증권ㆍ보험ㆍ자산운용 등 계열사를 통한 연계 상품 등도 다양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등장하면서 은행업 자체가 업그레이드됐다”며 “기존 주거래은행의 혜택과 인터넷은행의 장점을 동시에 이용한다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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