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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질병관리본부 인건비에 쓰인 노인 기초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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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질병관리본부 인건비에 쓰인 노인 기초연금

입력
2017.08.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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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한 수요 책정으로 2000억 남아

정부 조직 확대ㆍ감염병 예방 등에 전용

국민건강증진기금도 정부 사업에 동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예산이 과다 책정돼 해마다 수천 억원씩 남아돌고 있다. 이렇게 남아도는 예산 일부는 정부 조직 키우기나 감염병 예방 사업 등 엉뚱한 곳에 쌈짓돈처럼 사용됐다. 흡연자에게서 걷은 국민건강증진기금 일부 역시 금연 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원격의료 사업 등에 쓰였다.

31일 참여연대의 ‘2016년도 보건복지분야 결산 분석’과 보건복지부 결산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연금 지급을 위해 책정된 예산 7조8,692억원 가운데 불용(不用ㆍ쓰지 못한 돈)액은 1,999억원에 달한다. 기초연금 예산은 2015년에도 1,815억원이나 남아돌았다.

그래도 이렇게 쓰지 않고 남긴 돈은 양심적이다. 기초연금 예산 중 100억원 가량은 아예 다른 목적으로 사용됐다. ▦질병관리본부 조직 확대에 따른 인건비 증가분 ▦지카 바이러스 대응 ▦C형 간염 감시ㆍ조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치료비 등에 92억7,800만원이 지출됐다. 노인복지와는 전혀 무관한 분야다. 또 4,100만원은 부정 수급을 걸러내기 위한 수급자 금융정보 확인조사 강화에 전용됐다. ‘재해대책 재원 등으로 사용할 시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의 법 조항에 기댄 것이기는 해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에 가깝다.

기초연금 예산이 방만하게 편성되는 것은 수급자 수를 과도하게 예측하기 때문이다. 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이듬해 전체 노인 수 추정치의 70%(지난해 480만명)가 수급자가 될 것으로 보고 예산을 짠다. 이중 공무원ㆍ군인ㆍ사학ㆍ별정우체국 연금 등 각종 직역연금 수급자와 그 배우자는 법적으로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는데도 예산상 수급자에 포함된다. 각 직역연금 단체와 수급자 정보를 공유하면 더 정확한 추계가 가능하지만 “직역연금 측에서 개인정보를 이유로 명단 등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복지부는 해명한다. 그러다 보니 직역연금 수급자 가구라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기초연금 수급권이 박탈된 사람이 지난해에만 12만9,000명에 달했다. 또 생계급여 수급자는 기초연금을 받으면 그만큼 생계급여가 깎여, 기초연금 수급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지만 복지부는 이들도 전부 수급자로 보고 예산을 편성한다. 기초연금을 타가지 않는 노숙인 등 거주 불명자 10만명 역시 예산을 남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해마다 돈이 남아도는 상황이 되풀이되니 슬금슬금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런 수급률을 감안할 때 소득 하위 70%가 아니라 전체 노인의 70%로 대상을 늘리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담배 한 갑에 841원씩 부과되는 국민건강증진기금도 조성 목적과 달리 원격의료와 같은 박근혜 정부의 중점 추진 사업에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건강증진기금을 끌어다 원격의료 사업 예산으로 편성한 돈이 10억5,500만원, 의료IT융합 산업육성 인프라 구축에 편성된 돈이 10억9,900만원에 달했다. 응급의료기금은 지방 병원의 무관심 등으로 중증외상전문진료체계 구축사업, 해양원격응급의료체계 지원사업, 응급의료전용헬기 운영지원 사업 등이 줄줄이 축소ㆍ지연되는 바람에 예산(2,310억원)의 6%가 넘는 145억6,000만원이 불용 처리됐다. 그 결과 올해 응급의료기금 예산은 100억원 넘게 깎였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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