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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선거 강행…후보 등 10명 사망

입력
2017.07.3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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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폭탄 공격 등 사태 최악

마두로 “최고 투표율” 성과 자축

美 “불법 정부 인정 못 해”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선거일인 30일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카라카스 교외에 위치한 알타미라 광장에서 사제폭탄을 터뜨린 가운데 현지 경찰이 오토바이를 타고 폭발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선거일인 30일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카라카스 교외에 위치한 알타미라 광장에서 사제폭탄을 터뜨린 가운데 현지 경찰이 오토바이를 타고 폭발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베네수엘라를 두 쪽으로 갈라지게 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주도의 제헌의회 선거가 30일(현지시간) 실시됐다. 대규모 반대 시위 끝에 최소 10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부상을 입는 등 정부와 시위대 간 유혈 사태가 극에 달했지만 마두로 정부는 선거 정당성을 주장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제헌 의원 545명을 선출하는 투표가 진행된 이날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 곳곳에서 야권 시위대와 군경 간 충돌이 일어나 사상자가 속출했다. 야당 지도자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15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경찰 측의 강경 진압을 비난했다. 검찰은 반면 총격전으로 13세, 17세 청소년을 비롯해 10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야권의 독려로 시위대가 총기, 사제폭탄 등으로 무장한 채 거리로 쏟아진 데 이어 사법당국 또한 37만여명의 중무장 병력을 동원해 진압을 시도하면서 피해가 한층 커졌다.

투표 직전에는 선거 후보자가 살해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제헌의회 후보자인 변호사 호세 펠릭스 피네다는 29일 밤 시우다드 볼리바르에 있는 자택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격에 숨졌다. 제헌의회 입후보자가 사망한 것은 지난 10일 호세 루이스 리바스 후보자가 북부 마라카이에서 선거 유세 도중 피살된 데 이어 두 번째다. 29일 남서부 타치라주 시위대는 투표소인 학교에 난입해 개표기 등을 부수고 선거자료를 불태우기도 했다.

니콜라스 마두로(가운데)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1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전날 치러진 제헌의회 선거 투표율을 발표하며 새로운 의회 수립을 기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가운데)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1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전날 치러진 제헌의회 선거 투표율을 발표하며 새로운 의회 수립을 기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폭력 사태가 점차 악화되고 있음에도 마두로 정부는 높은 투표율 등 선거 성과를 자축했다. 이날 투표율이 41.53%(808만9,320명)에 달한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집계가 나오자 마두로 대통령은 “마침내 우리가 제헌의회를 갖게 됐다”며 “18년 전 ‘혁명’(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기) 이래 최고 투표율”이라고 승리를 선언했다. 투표 결과 발표 후 72시간 내 발족할 예정인 제헌의회는 야권이 장악한 현 의회를 무력화할 뿐 아니라 국가기관 해산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이에 야권 지도부는 투표자 수가 200만~300만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 움직임을 우려하며 선거 불용 입장을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는 30일 트위터를 통해 “마두로의 가짜 선거는 독재를 향한 또 다른 단계”라며 “우리(미국)는 불법 정부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핵심 산업인 석유 산업에 대한 추가 제재도 고려 중이다. 그 외 캐나다와 영국,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멕시코 등 최소 8개국이 이번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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