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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입력
2017.07.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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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정책 방향의 결정에 공론화 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의 역할이 갈등 해결의 모델로 주목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에 관한 여야의 생각이 다르고, 환경론자와 전문가들의 견해 또한 첨예하게 갈린다. 원자력 에너지에 관한 입장 차는 이념적 부분과 상당 부분 중첩되는 현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노사정 타협을 통해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결정했지만, 향후 정책 방향과 법인세 인상 등 증세, 그 밖의 사회경제적 주장이 엇갈리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은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은 상황이지만 국회는 여소야대다. 자유한국당은 사사건건 ‘비판을 위한 비판’에 매몰되어 있다시피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캐스팅 보트를 의식한 정략적 행태도 지나치다. 이명박, 박근혜 전 정권들의 헌법 위배와 사건 은폐를 바로잡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과거에 머무르는 작업이 아니다. 적폐청산을 통해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부정의를 바로잡음으로써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국민은 적폐청산을 통한 미래 지향을 지지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해 80%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국회의 상황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를 통한 정당체제 개편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합당,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등의 정치적 상상도 이를 추동할 수 있는 외부적 압박이나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만만찮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근거로 시민단체 등과의 연대를 통한 정책추진은 포퓰리즘이라는 야당의 비판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국민의당 및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나 입법공조도 정당들의 당리당략과 구태정치가 발목을 잡는다. 당장 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 제정에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동참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갈등이 첨예한 사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도출이야말로 정치의 기능이자 역할이다. 문제 해결을 국회 등 선출 권력에게 일임해야 한다는 절차적 형식성과 인민의 지배라는 민주적 규범의 긴장 사이에 접점을 찾는 작업 또한 정치의 몫이다. 그러나 선출된 대표가 의회에서 토론과 표결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 없는 한국적 현실에서 대의제만이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님은 명백하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달(Robert A. Dahl)은 일체의 전문가주의, 기술 관료주의를 부정했다. 달에 의하면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해도 전문가에 의한 통치체제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들 엘리트에 의한 통치가 인민 다수의 결정보다 더 우월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갈등 해결을 위해서 시민적 동력의 투입이 요구되어야 한다는 직접 민주주의적 관점과 국회를 통한 대의 민주주의의 해결 방식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어떻게 좁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추경과 정부조직이 확정되고, 임기 첫 해 최저임금 협상도 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수준의 인상폭으로 결정됐다. 안보와 사드에 대한 보수층의 우려도 불식시켰고, 증세 공론화에도 속도가 붙었다. 꽤 괜찮은 출발이다.

그러나 현재의 국회 상황에서 적폐청산과 각종 사회개혁 입법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정부 지지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제1야당의 막무가내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적 에너지의 투입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은 보수층의 반발을 살 수 있고, 그렇다고 의회의 협상에만 맡겨놓기엔 과제가 산적해있다.

중국 오자서(伍子胥)는 ‘일모도원 도행역시(日暮途遠 倒行逆施)’라 했건만, 갈 길이 멀다고 절차에 어긋나서는 안되지 않는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는 민중적 에너지를 의회주의적 절차와 여하히 조화시키느냐에 달렸다. 정치력이 요구되는 난제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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