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조폭 없이는 한국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영화에는 조폭과 싸우는 경찰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어 왔다. 영화 ‘청년경찰’ 역시 하나의 범죄를 뒤쫓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선다.
하지만 다른 경찰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 기준(박서준 분)과 희열(강하늘 분)이 권력도 없고, 아직 경찰에 대한 직업의식도 완성하지 못한 경찰대생이라는 것이다. 경찰대생과 경찰은 언뜻 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학생이기 때문에 범인을 직접 잡아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갈등하고, 해결하려고 마음먹어도 사사건건 막히는 일이 발생하며, 전문적이거나 디테일한 수사를 할 장비나 인력도 없다.
즉 두 경찰대생은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슈퍼히어로가 아닌 처음 겪는 일에 당황하는 청춘일 뿐이다. 이는 조금 더 멋있고, 더 대단한 사람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던져버리고 부족함으로 매력을 채웠다는 데에 주목할 만하다. 하나의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미완성의 인물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들이 펼치는 좌충우돌 이야기에 공감하고 성장을 응원하게 된다.
‘청년경찰’의 이야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꿈-직업에 대해 고민하는 것과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누구나 해봄직한 고민이다. ‘내 꿈은 정말 이것일까’ ‘그만두자니 지금까지 한 것이 아깝고. 계속 하자니 꿈이 아닌 것 같다’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앞으로 평생 해야 할텐데’라는 고민 말이다.
다행히 기준과 희열에겐 하나의 사건이 펼쳐짐으로서 첫 번째 고민을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기회가 마련된다.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기준과 희열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 현실이 다를 때가 있다는 것과 배운 것이 의외로 쓸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론과 실전의 차이점을 결합하며 두 사람은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간다.
다만 이 사건은 경찰대생이 해결하기엔 다소 큰 사건이기 때문에 심각한 분위기로 급변하기도 한다. 김주환 감독은 구체적인 지명을 사용하며 자세하게 범죄를 언급한다. 지난해 칸영화제 단편 부문에 초청됐던 ‘안내견’에서도 취약계층을 다뤘던 감독의 뚝심이 상업영화인 이번 작품에도 확고하게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범죄에 대해 충분히 다루더라도 ‘청년경찰’의 중심인 코미디는 부족함이 없다. 코미디영화의 경우 잘못하면 억지스럽거나 촌스러움으로 빠질 수 있지만, ‘청년경찰’에서는 주인공들의 친밀한 관계에서 흘러나오는 편안함과 유머가 관객을 끝까지 사로잡는다.
있어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고 게임이나 소시지 하나에 목숨 거는 현실 친구들만이 줄 수 있는 호흡은 이 영화의 핵심 요소다. 특히 대본 그대로가 아닌 배우들이 애드리브로 직접 빈칸을 채워 넣은 핑퐁신은 박서준과 강하늘의 덤앤더머 케미스트리를 폭발시킨다. 캐릭터적으로 ‘행동파’ 기준과 ‘이론파’ 희열로 구분돼 있지만 두 캐릭터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하나의 영화를 완성시키는 요소로서 역할이 더 크다. 제3의 멤버인 배유람 역시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주인공의 적절한 조력자로 큰 활약을 한다.
‘청년경찰’은 스무살 언저리에 있는 청춘들에게는 현실성을, 그 이상의 어른들에게는 ‘우리도 한때는 저랬었지’라는 추억을 되돌리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영화의 영어제목은 ‘미드나잇 러너스(Midnight Runners)’다. 직역하자면 ‘한밤중에 달리는 사람들’로서 두 사람이 원 없이 뛰었다는 추격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시기에 열심히 뛰었던 인물들이라는 점도 주목해 볼만 하다. 내달 9일 개봉.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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