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요시간 제한 폐지 앞두고
전기차에 소비자 관심 높지만
충전소 부족에 이용자들 하소연
“집 근처 거주지에 시설 없어 대형마트 등 공용 찾아 나가야”
아파트 주민 동의 못 얻어 갈등도
이달 초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에서 열린 입주민대표자회에서는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국전력이 진행하는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사업에 공모하면 무상 설치를 할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이 나오면서 안건에 올랐지만, ‘일반 차량 주차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대에 무게가 실리면서 결국 보류됐다.
정부가 보조금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발벗고 나섰지만 충전소 설치 문제에 발목을 잡혀 골머리를 앓고 있다.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는 6월말 현재 1만5,869대에 달한다. 정부는 전기차를 2022년까지 35만대로 늘린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고, 관계부처는 구체적인 실행계획 마련에 한창이다. 특히 정부가 보조금 지급에 있어서 9월부터 전기차 충전소요시간 제한(10시간) 규정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테슬라 등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고성능 전기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전기차 소비자들은 충전소 부족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한다. 회원수가 1만7,000여명에 달하는 A온라인 전기차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내 전기차에 ‘집밥’ 먹이는 게 소원”이라는 이용자들의 하소연이 부쩍 늘었다. 공용 충전소가 아닌 거주지에 마련된 전용 충전소에서 전기차를 충전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전기차를 구입했지만 충전 여건이 여의치 않아 구걸하듯 공용 충전소를 떠돌며 충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푸념이다. /
전기차 충전 방식은 크게 급속과 완속 두 종류다. 급속충전 방식은 30분~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잦은 급속충전은 배터리 수명을 줄일 수 있다. 사용자들은 최대 10시간 이상 걸리더라도 완속충전 방식을 선호하지만 주차 공간이 협소한 아파트나 다세대주택 거주자가 많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무턱대고 이웃들에게 전기차 전용 공간을 요구할 수도 없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별도 요금 부과체계가 없어 전기요금을 입주민이 나눠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문제다. 얼마 전 전기차 구매를 마음먹고 보조금 신청을 마쳤다는 이모씨(32)는 “거주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충전소 설치를 건의했지만 이웃들이 꺼려서 어렵다고 한다”며 “충전소가 있는 대형마트에 매일 들를 수도 없어서 구매를 포기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전국에 설치된 1,264개의 급속 공용충전소를 연말까지 2,610개로 늘리는 한편 임대주택 및 대형마트, 공영주차장 등을 중심으로 충전 공간을 확보할 방침이지만 주거공간에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탓에 중재안을 내놓기 어려운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충전소 설치 면적만큼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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