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에 휘말렸던 세종도서 선정 목록 내용이 불과 1년도 안 돼 확연히 달라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금기로 여겨지던 세월호 참사 관련 서적과 윤이상에 대한 출판물 등이 포함돼 정권 교체를 실감케 하고 있다. 세종도서는 정부가 전국 공공도서관 등에 비치할 우수 도서를 선정해 책 1종당 1,000만원 이내를 구매비로 지원하는 사업(1년 예산 140억원)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기성)이 최근 발표한 2017 상반기 세종도서 선정 결과(790종)에 따르면 지난 정부에서는 명단에 오르지 못했을 책들이 여럿 포함됐다. 윤이상의 음악과 삶을 다룬 ‘윤이상 평전’이 교양부문에, 세월호 수색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의 이야기를 그린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와 진보 성향이 강한 공지영 작가의 수필집 ‘시인의 밥상’이 문학부문에 선정됐다.
윤이상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대표적인 음악계 인사로 언급돼 왔다. 1960년대 대표적인 간첩조작 사건인 ‘동백림 사건’에 연루됐던 윤이상은 친북 반정부 인사로 여겨지다 김대중 정부 때 해금됐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 다시 불온한 인물로 낙인 찍혔다는 평가가 많았다.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비 지원 사업에서 배제됐다가 올해 다시 지원을 받게 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 서적은 2015년부터 쏟아졌으나 단 한 권도 세종도서로 선정된 적이 없었다.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의 육성을 담은 서적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2015년 출간했다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여겨지던 출판사 창비는 이번에 13종을 세종도서 목록에 올렸다. 창비는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내기 전 거의 매번 개별 출판사 상한선인 25종을 다 채워 선정됐으나 2015년 6종 선정에 그쳤다.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2014~2015년 세종도서 최종 심사 때 지원배제대상 도서 명단에 따라 22종을 선정에서 배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