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케어ㆍ트랜스젠더 軍 퇴출…
추진하는 정책마다 발목 잡히자
도움 안된 온건파 인사들 자르고
스카라무치 등과 일방통행 정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랫동안 교체설이 돌던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경질하고 후임에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을 임명했다. 지난 한 주간 의회, 정당, 시민사회와 잇달아 파열음을 내며 최악의 시기를 보낸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자신의 충성 군단으로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존 켈리 장관을 비서실장에 막 임명했다는 사실을 기쁘게 알린다”고 발표했다. 이어 “존은 국토안보부에서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며 “그는 나의 내각에서 진정한 스타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국가에 대한 프리버스의 헌신에 감사하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켈리 신임 비서실장은 남부사령부 사령관까지 지낸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으로 이라크 전쟁 당시 해병대 1사단 소속으로 현지에서 준장으로 진급할 만큼 능력을 발휘, 이후 해병대 사령관 보좌관, 제1 해병대 원정군 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군 마니아’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선에서 특히 군 장성 출신을 수소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 주간 프리버스의 ‘러시아 스캔들’ 대응 능력을 문제 삼으며 그의 경질을 간접 예고해 왔으나 그 시점이 유독 의미심장하다. 우선 최근 건강보험 개혁,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입대 금지 등 자신의 시도가 모두 벽에 부딪히자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단행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주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폐지 논의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대체 건강보험제도 합의에 실패했고, 25일 트럼프가 보이스카우트연맹 최대 행사에서 내놓은 정적 공격 발언들도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27일엔 군 합참의장이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에 대한 트럼프의 일방적 발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등을 돌리는 일까지 불거졌다. 트럼프에겐 자신의 악몽인 러시아 스캔들과도 상관없는 복병을 사방에서 마주하는 ‘최악의 일주일’이었던 셈이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의 새로운 충복인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백악관 공보국장이 등장하면서 경질 결정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했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27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을 ‘기밀 유출자’라고 매도하며 여과 없이 반감을 드러냈다. 스카라무치의 개인적 동기가 무엇이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기회 삼아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는 온건파 인사들을 내쳐 충성심 높은 강경파 인사와 함께 ‘마이웨이’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마음을 굳혔을 경우 프리버스와 함께 스카라무치 등용에 적극 반대했던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도 조만간 경질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트럼프의 백악관 물갈이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가 취임 6개월이 지나도록 워싱턴 정치의 작동 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공화당 원로 의원은 트럼프가 건강보험 개혁 추진 과정에서 취한 전략에 대해 “그는 제품(법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일절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이기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며 “2진법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트럼프는 워싱턴에 맞지 않는 자기 방식을 고수해 실패한 대통령직으로 자신을 내몰고 있다”며 “그의 고난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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