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탐사 활동은 주권 행위”
이례적으로 관련국에 협력 촉구
지난해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 이후 잠잠하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내달 초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앞두고 동남아 국가들과 미국 영국 등 서구 국가들이 중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30일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베트남의 남중국해ㆍ탐사 활동은 전적으로 주권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항 대변인은 모든 관련국이 베트남의 권리와 합법적인 이익을 존중하고 남중국해 평화 유지와 협력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베트남의 이 같은 입장은 스페인 기업을 통해 시작한 남중국해 석유 시추 작업을 지난주 중단시켰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처음 나온 것이다. 특히, 베트남이 사실상 중국을 향해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 강화에 대한 반발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7일에는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영국과 중국 간 외교ㆍ국방장관 회담을 마친 뒤 ‘항행의 자유’ 차원에서 신형 항공모함을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튿날 중국이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도 지난 27일 빌라모 공군기지에서 필리핀 공군에 대당 3,000만달러(약 336억원) 상당의 세스나 208B 2대를 인도했다. 이번 정찰기 인도는 중고 무기를 넘기던 관례를 깬 것으로, 중국은 해당 정찰기가 남중국해를 정찰하는 데 이용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통적인 필리핀의 우방이던 미국은 지난해 6월 집권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노골적인 친중 행보로 분쟁 해역에서의 입지가 좁아졌지만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에 각종 무기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필리핀과의 연결 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인도네시아가 중국과의 어업권 분쟁 대상인 남중국해 일부 해역을 ‘북나투나해’로 개명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견제하기도 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견제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ARF를 앞두고 1년 전의 PCA 판결에 숨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PCA는 당시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는 '남해구단선'이 법적 근거가 없다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지만, 직접적 이해 당사자이자 동남아 국가들의 입장을 대표하던 필리핀이 돌연 중국편에 서면서 판결은 유명무실해졌다. 필리핀은 최근 베트남의 석유 시추 작업 중단 소식이 알려진 직후 중국과의 공동자원개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필리핀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국 편에 선다면 대중국 문제에 있어서 아세안의 분열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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