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 남자 싱글 간판 차준환(16ㆍ휘문고)이 자력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차준환은 3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선수 1차 선발전을 겸한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챌린지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잇단 점프 실수로 129.67점(3위)에 그쳤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도 77.25점으로 2위에 머물렀던 차준환은 총 206.92점을 기록, 출전 선수 네 명 중 3위에 자리했다.
이준형(단국대)이 총 228.72점으로 1위를 차지해 평창 올림픽 티켓을 따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네벨혼 트로피 출전권을 얻었다. 이 대회는 오는 9월말 독일에서 펼쳐진다. 한국 남자 싱글은 올림픽 티켓을 따내지 못해 네벨혼 트로피에서 상위 6위 이내에 들 경우 출전권 1장을 획득할 수 있다. 2위는 223.49점을 기록한 김진서(한국체대)다.
‘남자 김연아’로 불릴 만큼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차준환은 평창 올림픽 시즌을 위해 4회전 점프로 승부수를 띄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엉덩방아를 찧었고,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첫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를 깨끗하게 뛰어 기대를 모았지만 이어진 쿼드러플 살코 점프에서 넘어진 것을 비롯해 트리플 악셀도 1회전으로 처리하는 등 점프 난조를 보였다.
이제 차준환은 이준형이 네벨혼 트로피에서 출전권을 가져와야 남은 두 차례 선발전에서 역전을 노릴 수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선발전을 세 차례 치러 총점 합계 상위 1명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준다. 이준형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걱정이 많았는데 차분하게 집중해 연기를 했다”며 “네벨혼 대회에서 꼭 티켓을 따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차)준환이가 발목 부상 때문에 힘들어했다”면서 “4회전 점프에 부담을 느낀 것 같더라”고 후배를 걱정했다.
앞서 열린 여자 싱글에서는 최다빈(17ㆍ수리고)이 암 투병끝에 최근 타계한 어머니를 여읜 슬픔을 딛고 평창 올림픽 티켓 획득에 한 발짝 다가섰다. 최다빈은 프리스케이팅에서 118.75점을 받아 전날 쇼트프로그램 63.04점을 합쳐 총 181.79점으로 1위에 올랐다. 김하늘(평촌중)이 169.15점으로 2위, 3위는 안소현(신목고)이 162.44점으로 각각 자리했다.
최다빈은 이번 대회 전 이중고를 겪었다. 지난 6월 모친상을 당한 아픔 속에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스케이트 부츠 상태도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최악의 상황 속에 대회 불참도 생각했지만 후회가 남을 것 같아 출전을 결정했고,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실수 없이 연기했다.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는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 여자 싱글의 평창 올림픽 티켓은 2장이며, 이번 대회 포함 총 세 차례에 걸쳐 총점 합계 상위 2명이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이날 시상자로 참석한 김연아는 “올림픽까지 부상을 조심하고 천천히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한편 주니어 여자 싱글에서는 김예림(14ㆍ도장중)이 김연아 은퇴 이후 최고 점수를 받으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김예림은 전날 끝난 주니어그랑프리 파견 선수 선발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총 193.08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이 점수는 김연아가 2014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227.86점 이후 최고 점이다. 김연아를 제외하면 국내 여자 선수 중 총점 190점을 돌파한 이는 최다빈(191.11점)과 임은수(191.98점)뿐이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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