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주의자’를 자처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로부터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유럽연합(EU) 결속력 강화를 주장해 온 것과는 달리, 최근 EU 파트너 국가들을 상대할 때 ‘일방통행식’ 독단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국내에서도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으로 지지율이 한 달 만에 22%포인트(64%→42%)나 폭락한 그로선 ‘내우외환’의 위기에 봉착한 꼴이 됐다.
2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에 대한 유럽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 사안에서 제기되고 있다. 우선 EU 내에서 갈등의 도화선으로 떠오른 난민 문제와 관련, 그는 최근 유럽행 난민 행렬 차단을 위해 난민들의 출발지인 리비아에 난민 자격을 심사하는 난민촌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유럽 바깥에 난민심사소를 건립하는 방안은 배제한다”는 EU 집행위원회의 방침과 상반된 것이다. AFP통신은 “프랑스로부터 그동안 난민 문제에 대한 입장은 ‘EU와 완전히 일치한다’는 확언을 수차례 들었다”는 한 소식통의 언급을 전하며 마크롱의 일방적 발언에 EU 집행위 측이 상당히 당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이탈리아와 지분관계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민간 조선사 ‘STX 프랑스’를 국유화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리비아 평화협상 중재에서 배제된 데 이어 이번 문제까지 겹치자 “유럽을 선도하는 양국의 관계가 국가주의와 보호주의에 기반해선 안 된다”면서 강도높게 비판했다. 마크롱이 “STX 프랑스의 양국 지분을 50대 50으로 하자는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며, 국영화는 일시적 조치”라고 했으나, 유럽통합과 개방경제의 대의를 훼손하는 조치임이 명백하다는 뜻이다. 유럽 현지 언론에서도 “유럽의 파트너가 신뢰할 만한 주주로 대접 못 받는데, 어떻게 유럽이 일치단결할 수 있겠나” “마크롱은 (유럽통합론자가 아니라) 국가주의자임이 드러났다” 등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프랑수아 헤스부르 소장은 “다른 대통령들처럼 마크롱도 자신의 권력을 최대한 사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져 있다”며 “성공하면 모두가 그를 ‘슈퍼맨’으로 칭송하겠지만, 실패하면 ‘거만한 프랑스인’이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마크롱의 신성했던 ‘아우라’가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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