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90주년 맞아 대규모 열병식
美에 맞설 수 있는 군사대국 과시
‘군복 입은 시진핑’ 권력 공고화도
중국이 건군 90주년(8월 1일)을 맞아 개최한 첫 대규모 열병식에서 최신무기를 선보이며 막강한 군사력을 뽐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전투복을 입고 참석해 강군 건설의 의지를 강조하는 등 군사굴기(堀起ㆍ우뚝 섬) 전략의 본격화를 선언했다.
중국 관영매체는 30일 오전 아시아 최대규모인 네이멍구(內蒙古) 주르허(朱日和) 훈련기지에서 개최된 인민해방군의 대규모 열병식 거행 사실을 집중 보도했다.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 주석은 전투복 차림으로 1만여명의 군 대열을 사열한 뒤 “우리 군대는 모든 적을 이길 수 있고 국가 안보와 발전의 이익을 지킬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항공기 129대와 무기ㆍ장비 571대가 동원된 이날 열병식에선 군사굴기 과시 의도가 뚜렷이 엿보였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31A를 개량해 핵탄두와 일반탄두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둥펑-31AG, 공중 또는 육지에서 발사해 해상 목표물 타격이 가능한 잉지(鷹擊)-83K 공대함미사일, 최근 새로 배치된 신형전투기 젠(殲)-16 등 첫선을 보인 첨단무기가 40%에 달했다. 전파방해 차단 능력을 끌어올린 최신 지대공미사일 훙치(紅旗)-22, 스텔스 기능으로 무장한 첨단전투기 젠-20,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26 등 중국이 자랑하는 전략무기들도 열병식을 장식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증폭되는 가운데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첨단무기를 선보인 점, 최근 중국 공군ㆍ해군이 지구촌 곳곳에서 무력시위를 감행해온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열병식은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군사대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시 주석은 열병식 연설에서 국방과 군의 현대화, 실전 전투력을 통한 강군 건설을 부쩍 강조했다.
이번 열병식은 10월 말로 예상되는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통한 시진핑 체제 공고화의 의미도 크다. 시 주석은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해방군에 대한 공산당의 영도 원칙을 거듭 강조한 뒤 “당의 지시에 절대 충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열병식에 참석한 병사들은 시 주석에게만 유일하게 쓰는 호칭인 주석하오(主席好)를 외쳤다. 당의 절대적인 우위를 분명히 하는 가운데 당과 군을 더욱 밀착시킴으로써 시 주석의 영도력을 과시한 것이다.
신중국 건국 이래 8월 1일 인민해방군 건군절을 기념하는 첫 열병식인 데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주관한 1981년 화베이(華北) 군사훈련 열병식 후 36년 만에 톈안먼(天安門)광장 이외의 곳에서 실시하는 열병식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와 함께 여전히 군부에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등 원로들이 불참하면서 시 주석 중심의 군이라는 상징성도 부각시켰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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