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KBO리그는 승률 디플레이션 현상이 빚어졌다. 지난 시즌 KIA는 5할에 못 미치는 승률(70승1무73패)로 5위에 올라 ‘가을 잔치’에 나갔다. 2015년 SK(69승2무73패) 역시 5할 승률에서 4승이나 부족했지만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다. 2014년에는 LG가 62승2무64패의 성적으로도 4위에 올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러나 올 시즌엔 정반대로 승률 인플레이션 회귀 조짐이 보인다. 시즌 100패를 걱정해야 하는 독보적인 꼴찌 kt(30승65패)가 희생양이 됐기 때문이다.
29일 현재 6개 팀이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고 있다. 한 때 5할 승률을 넘어섰던 7위 롯데도 46승2무48패로 5할이 가시권이다. 1위 KIA(63승1무32패)와 2위 NC(56승1무38패)는 사실상 안정권이다. 전문가들은 후반기 상승세를 타고 있는 3위 두산(50승2무41패)도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감안하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이라 보고 있다. 따라서 4위 LG(48승1무43패)부터 롯데까지 네 팀이 2장의 티켓을 놓고 싸우는 형국이다.
kt를 비롯해 8위 삼성(39승4무55패), 9위 한화(38승1무56패) 등 ‘3약’의 전력 차가 이들과 크다 보니 상위 팀들의 승률이 동반 상승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당시 통합 우승을 달성한 삼성의 정규시즌 성적은 75승2무51패(0.595)였고, 2위 LG는 3경기 뒤진 74승54패를 기록했다. 4위 두산의 승률도 5할6푼8리(71승3무54패)에 이르렀다. 때문에 당시 5위 롯데는 5할 승률(66승4무58패ㆍ0.532)로도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역대 6번째 팀이 됐다. 역시 꼴찌 한화(42승1무85패ㆍ0.332)를 비롯해 8위 KIA, 7위 NC 등 하위 팀들의 저조한 성적 탓이었다.
올해도 5할 승률을 넘지 못하면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기 힘들고, 5할 승률을 넘고도 탈락한 팀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리그 양극화 현상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심화되기 마련이다. 뚜렷한 전력 보강 책이 없는 하위 팀들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순위도 고착화돼 희망 없이 상위 팀들 승수 쌓기의 제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중위권 경쟁은 시즌 끝까지 혼전 양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 단계라도 높은 순위를 거둬야 포스트시즌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부익부 빈인빅’은 흥행에 악재지만 하위 팀들이 자초한 일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창단 3년 연속 꼴찌가 유력한 kt는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 투자에 인색하고 막내 팀답지 않은 ‘육성’을 모토로 내세워 리그 전체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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