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차 ICBM 도발 이틀 만에
사드로 미사일 요격 시험 또 성공
트럼프 “中, 아무 것도 안 해” 비판
오늘 안보리 긴급회의 개최할 듯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맞서 미국이 30일 전략무기인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해 대북 무력시위를 했다.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북한의 거듭되고 증대하는 ICBM 발사와 위협에 대한 즉각 대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태평양 괌 앤더슨 공군기지를 이륙한 B-1B 2대는 제주 남방 해상을 통해 진입, 경기 오산 상공을 저공 비행한 다음 서해로 빠져나갔다. 북한이 28일 밤 자강도 일대에서 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지 30여 시간만으로, 이번 출격에서 실사격 훈련은 하지 않고 대북 무력시위 비행만 한 후 10시간 만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지난 8일에도 B-1B 2대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 실사격 훈련을 한 바 있다. 생김새가 백조를 연상시켜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B-1B는 미 3대 전략폭격기 중 하나로 적지를 융단폭격할 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한다.
북한의 2차 미사일 도발 이틀 만인 이날, 미군은 이달 들어 두 번째로 실시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요격 시험도 성공했다.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MDA)은 “하와이 북쪽 태평양 상공에서 C-17 수송기가 발사한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알래스카주의 사드가 포착하고 추적해 요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북한의 1차 미사일 도발(4일) 1주일 만인 지난 11일에도 사드 요격 시험을 실시, 성공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가 낮다며 중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의 어리석은 과거 지도자들은 (중국이) 무역에서 한 해에 수천억달러를 벌어들이도록 허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북한에 말만 할 뿐 우리를 위해 아무 조치도 안 하고 있다. 더 이상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걸 용인할 수 없다. 중국은 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 통상과 북핵 문제를 함께 언급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중국에 경제제재를 가할 가능성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추가 제재 논의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가 예고되는 등 북한을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 CBS방송에 따르면 이날 주 유엔 미국대표부는 31일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를 요청했다. 복수의 미 외교당국자는 CBS에 “국제사회 차원의 안보리 제재 명단에 ‘김정은’ 실명을 명시하자는 게 미국 입장”이라며 “동시에 대북 여행금지 조치도 포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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