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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업] ‘크리미널’로 돌아보는 리메이크 드라마 잔혹사 4

입력
2017.07.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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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크리미널 마인드’는 산만한 연출로 첫 방송부터 혹평을 받았다. tvN 방송화면 캡처
tvN ‘크리미널 마인드’는 산만한 연출로 첫 방송부터 혹평을 받았다. tvN 방송화면 캡처

등장부터 화려했다. 폭발, 연쇄살인, 사이코패스, 프로파일링 수사 등 범죄 심리 수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흥행 요소가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그런데 어딘가 엉성하다. 시청자는 하루 만에 눈을 돌렸다. 첫 방송 시청률 4.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출발한 tvN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가 지난 27일 2회 시청률 3.5%를 기록했다. 1회 만에 0.7%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동명의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 드라마는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에서 방영되며 13년째 인기를 끌어오고 있다. 골수팬이 많은 장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다는 건 역시 만만치 않았다. 첫 방송부터 “연출이 어색하다”, “긴장감이 없다”, “산만하고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방송업계에서는 “리메이크 드라마는 잘해야 본전”이라고 말한다. 원작 팬들의 관심을 끄는 만큼 비교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해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경우,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 각색으로 외면당하기도 한다. 불안한 출발을 보인 ‘크리미널 마인드’가 반면교사 삼을 만한 리메이크 드라마 사례들을 돌아봤다.

tvN ‘안투라지’는 연예계의 애환보다 화려한 생활을 부각해 시청자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 tvN 방송화면 캡처
tvN ‘안투라지’는 연예계의 애환보다 화려한 생활을 부각해 시청자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 tvN 방송화면 캡처

1. tvN 안투라지(2016)

할리우드 스타의 일상을 그린 미국 드라마 ‘안투라지’를 리메이크했다. 배우 조진웅, 서강준, 이광수, 박정민, 이동휘 등 출연진이 화려해 기획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과감한 성 묘사, 음담패설, 욕설 등을 여과 없이 담아 남자들의 로망을 재치 있게 표현한 원작과 달리, 15세 관람가인 한국판은 화끈한 전개도, 시원한 대사도 볼 수 없었다. 종종 등장한 자극적인 대사는 19금과 15금 사이를 줄타기하며 애매한 분위기만 자아냈다.

연예계의 생리와 애환도 생생하게 담지 못했다. 연예계의 실상을 극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연예인의 파티 장면 등 화려한 볼거리를 그리는 데 치중했다. 극적인 사건도, 사실감도 없으니 이야기가 늘어졌다. 결국 ‘안투라지’는 마지막 회 0.7%를 기록하며 초라하게 사라졌다.

tvN ‘굿와이프’는 작품성은 인정받았지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tvN 방송화면 캡처
tvN ‘굿와이프’는 작품성은 인정받았지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tvN 방송화면 캡처

2. tvN ‘굿와이프’(2016)

tvN ‘굿와이프’는 변호사 일을 그만뒀던 한 주부가 검사 남편이 부정부패, 정치 스캔들로 구속되자 일에 복귀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법정 수사 드라마다. 커리어우먼의 일상과 가족이야기를 그린 미국 드라마 ‘굿와이프’를 리메이크했다.

‘굿와이프’는 영화 같은 연출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나, 몇 가지 지적을 받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직장맘의 고단함, 골치 썩이는 남편과의 관계 등 한국적인 정서를 가미했지만, 여성 변호사의 법정 생활은 시청자의 흥미를 끌기엔 부족했다. 직장 상사와 애정을 나누고 귀가 후 남편과 관계를 맺는다는 파격적인 설정은 ‘쿨’하게 연출된 원작과 달리 윤리적으로 불편하게 다가왔다는 평도 나왔다.

SBS ‘심야식당’은 정겹고 따뜻한 정서를 살린 일본 원작의 매력을 따라가지 못해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SBS 방송화면 캡처
SBS ‘심야식당’은 정겹고 따뜻한 정서를 살린 일본 원작의 매력을 따라가지 못해 시청자의 외면을 받았다. SBS 방송화면 캡처

3. SBS ‘심야식당’(2015)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묘미는 위로였다. 손님들은 늦은 밤 셰프인 ‘마스터’를 찾아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편안함과 위안을 느꼈다. 음식을 매개체로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고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들이 소소하게 그려졌다.

먹방·쿡방이 유행한 시기 등장한 SBS 드라마 ‘심야식당’은 맛깔 나는 음식을 담는 데 집중했다. 소박하지만 정성스러웠던 원작의 음식은 더 풍성해지고 화려하게 묘사됐다. 20년간 묵묵히 일본 뒷골목을 지키며 세월이 담긴 표정과 행동을 보였던 주인공 마스터는 깔끔하고 트렌디한 꽃미남 셰프(김승우)로 바뀌었다. 고급스러운 식기와 깨끗한 식당 내부, 상권이 치열한 종로의 골목 역시 세월의 흐름이 묻어나는 기존 ‘심야식당’과는 동떨어진 설정이었다. ‘MSG’ 없는 청정 드라마를 추구하며 따뜻한 인생이야기를 풀어내려 했지만, 원작에서 시청자의 마음을 산 흥행 요소들을 살려내지 못하면서 ‘심야식당’은 결국 시청자들의 외면 속에 폐업하고 말았다.

KBS2 ‘내일도 칸타빌레’는 배우 심은경의 오버 액션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KBS2 방송화면 캡처
KBS2 ‘내일도 칸타빌레’는 배우 심은경의 오버 액션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왔다. KBS2 방송화면 캡처

4. KBS2 ‘내일도 칸타빌레’(2014)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한 KBS2 ‘내일도 칸타빌레’는 배우들이 극중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구축하지 못하고 어색한 연기를 펼쳐 실패를 맛봤다. 배우 심은경이 오버 액션과 어색한 발음으로 구현한 4차원 캐릭터 설내일은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일었다. 만화적 요소가 강한 원작 캐릭터를 한국 정서에 맞게 변화시켰지만, 원래의 매력은 잃고 새로 적용한 설정들은 어색해 연기력 논란까지 나왔다. 또 설내일에게 “아가씨는 내 마음을 훔쳐간 도둑”이라며 작업을 거는 괴짜 음악인 란츠 슈트레제만(백윤식)이나, 매사 까칠하게 독설을 날리는 차유진(주원) 등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어우러지지 못하고 산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일도 칸타빌레’는 음악 드라마로서 클래식의 매력을 살렸던 일본판과 달리, 클래식에 대한 이해와 설명은 생략하고 사랑 이야기에만 집중해 눈총을 받았다. 오케스트라 연주 장면에서는 음악과 배우들의 핸드 싱크도 맞지 않아 실감 나는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내일도 칸타빌레’ 마지막 회는 시청률 4.9%에 그쳤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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