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출범 두 달 만인 이달 13일에서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임명을 끝으로 마침내 외교안보 라인업을 완성했다. 북한이 남북 대화를 거부하고, 탄도미사일을 앞세워 연일 위기를 고조시키는 급박한 안보정국을 감안하면 늦어도 한참 늦은 조치다. 그 사이 김기정 안보실 2차장은 돌연 교체됐고, 송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집중 공세에 시달리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그럼에도 군의 지휘부인 장성 인사는 계속 늦춰져 내달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앞두고 인사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청와대와 외교안보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올해는 가을야구(가야)=단연 ‘뜨거운 감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아닐까요.
청기와집 더부살이(청기와)=송 장관 음주전력이 드러났을 땐 청와대도 난감한 눈치였죠. 브리핑에서 "사전 체크 때 보고하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으니까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문재인 대통령이 송 장관과 오래 알았고, 그만큼 신뢰하고 장고 끝에 흠을 다 알고도 밀어붙였다고요. 대안도 마땅치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일단 카드가 많지는 않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사실상 송 장관에게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였죠. 아무래도 군 인사에 대한 검증을 하다 보니 걸리는 게 많더라는 거죠.
청기와=송 장관을 대체할 다른 적합한 후보자 없었다는 게 강행 요인으로 보입니다. 군 출신에 저 정도면 무난하다는 자조가 돌기도 했으니까요.
가야=송 장관은 문 대통령이 애당초 버릴 수 없는 카드였던 셈이네요.
사이다=국방개혁을 위해서라도 현재 국방부의 주류인 육군 출신은 최대한 피하려고 하다 보니, 해군과 공군 출신 중에 사람을 고르기도 쉽지 않았을 거고요.
청기와=게다가 문 대통령의 구상을 수행하려면 개혁 성향이어야 하는데 송 장관을 대체할 인사가 없었던 것 같아요.
가야=정부 출범 이후 송 장관 인사 발표까지 한 달이나 걸렸는데. 고민이 많았나요.
삼각지 미식가(미식가)=청와대에서도 송영무 흔들기가 심해지자 다른 후보 군을 검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덕성 검증에서 도긴개긴이었고, 국방장관 공석이 길어지는 것은 되레 더 부담이었을 거고요. 이럴 바에야 밀어붙이자는 내부 판단이 있지 않았을까요.
사이다=일단 정밀 검증을 거쳐서 복수로 올릴 수 있으니, 다른 후보들도 올라갔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공군 장성 출신들에 대한 취재에 들어갔을 때에도 송영무 장관이 인사에서 아웃 됐다는 얘기는 없었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당나귀)=전역 후 월 3,000만원을 받는 직장에 스카우트된 데 대해서는 자기 관리를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죠. 안대희 대법관도 그것 때문에 낙마했잖아요. 반면, 육해공군의 특성을 비교해 3,000만원이면 큰 금액이 아닐 수 있다는 말도 있더군요. 해군은 희소가치가 크다며.
미식가=정서적으로 월 3,000만원이 논란의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들이 내보낸 무수한 의혹 대부분은 사실 송영무 낙마시키자는 암묵적 공감대 속에서 이뤄진 억지 의혹들이 많았지만, 고문료 월 3,000만원은 국민들이 좀체 납득하기 어려웠으니까요. 특히 기자들이나 군 안팎에서도 장관 욕심을 내며 준비했던 분이 스펙 관리에 너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이 나왔죠. 혹자는 “돈과 명예를 모두 거머쥔 대단한 분”이라고 하더군요.
가야=송 장관은 일찌감치 유력 후보로 부각돼 언론이 별렀던 측면도 있지요.
미식가=주목 받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임명 절차를 통과하니, 그러면 송 장관은 떨어지지 않겠나 하는 정서도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사이다=그렇죠. 언론에서 더욱 각을 세워서 들여다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죠. 반면 당에서도 송 장관에 대한 비토는 별로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나귀=송 장관은 운이 좋았다고 볼 수도 있겠죠. 어쨌든 임명 막판에 여야간 정치적 협상이 있었으니까요. 같이 지명됐던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정치적 선택에 의해 낙마했잖아요.
사이다=게다가 송 장관이 하도 언론에 두들겨 맞으니까. 육군 등 국방부 내에서의 견제가 심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청와대와 여당에서 나오더라고요.
미식가=송영무 헐뜯기 소스가 당초 육군에서 나온 것으로 짐작됐지만, 되레 해군이 진원지인 것으로 나중에 이래저래 확인되면서 해군 후배들도 송 장관을 신뢰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고요.
가야=송 장관은 문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작용했다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어떤 경로로 발탁된 건가요.
사이다=강 장관은 DJ 정부 시절 대통령 통역을 담당했잖아요. 강 장관의 유엔 근무 시절을 조명했던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이희호 여사가 강 장관을 엄청 칭찬하더라고요. 임동원 전 장관도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청기와=여러 설이 있었죠. 반기문 전 총장이 추천했다, 이희호 여사와 친분이 작용했다, 같은 강씨인 강금실 전 장관 추천이다 등등.
미식가=여성 각료를 30% 채우자는 게 대선 공약이었으니, 처음부터 인사 수첩에 이름이 올랐다는 얘기도 있죠.
가야=청와대가 송 장관은 밀어붙이면서 왜 합참의장과 대장 인사는 주저하는 건가요. 이미 수개월간 군 지휘부 인사가 늦춰져 적체가 심하고, 내달에는 한미 군사훈련(UFG)도 하는데요.
사이다=국회 청문회 대상인 합참의장 외에 군 장성 인사에도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죠.
메아리=인사에 너무 뜸 들이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아서 오히려 대상자가 생채기를 입기 십상이라는 걱정도 군 주변에선 나옵니다.
사이다=합참의장 인사는 국무회의 의결 사안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 휴가 이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일찍 정해지면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라도 가능하겠죠.
가야=이러다 현 합참의장이 지휘하는 UFG 기간에 신임 합참의장은 인사 청문회에 나가는 어색한 상황이 될 수도 있을 텐데요.
청기와=청와대는 검증 여력이 없어 밀렸다는 입장 같아요. 인수위 기간이 없어 사전 체크 단계도 제대로 거치지 못했고요. 몇몇 장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군 뿐만 아니라 차관급들이 줄줄이 미뤄졌죠. 시급한 게 자유무역협정(FTA)인데, 미국을 상대할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았잖아요.
사이다=여당 국방위원들은 기존 합참의장이 UFG 지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던데요. 반드시 신임 의장이 지휘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요. 인사는 인사대로 진행하고요. 어쨌든 청와대가 인사 기록만 보다가 1년이 지나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까요.
당나귀=신속한 인사보다는 관료 사회를 틀어쥐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력한 것 같아요. 군 인사만 하더라도 인사를 장악하지 못하면 권력 누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죠. 국군의 날 사열 당시 군 대표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박승춘 장군이 서해교전 보고 누락으로 기밀을 유출하고는 군복을 벗더니 이후 보훈처장으로 승승장구했잖아요.
가야=박근혜 정부 첫해는 남재준-김장수-김관진 육사 3인방이 외교안보 라인을 접수해 군 일색이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요.
미식가=비판적으로 접근한다면, 북핵 전문가 없이 화려하기만 한 인선이라는 지적이 외교가에서 많이 나옵니다.
청기와=청와대에서는 지금까지 외교안보라인 장악한 외교부 북미 그룹과 군 출신이 과연 잘했었냐는 반론이 나오죠.
사이다=정의용 안보실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참여정부 당시 각각 열린우리당(여당) 의원과 청와대 근무를 했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어느 정도 안면이 있던 거라고 볼 수 있죠.
미식가=정 실장이 북핵을 안 해봤고, 강경화 장관 역시 북핵은 물론 4강 외교 문외한이죠. 조 장관은 회담파라고 봤을 때 국제사회 기류를 읽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알람’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없습니다. “소는 누가 키우냐”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요.
메아리=일단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어떻게 진척되는지 좀더 지켜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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