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팔레스타인에선 TV와 거리 어디에서든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얘기로 가득하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시민권자인 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동예루살렘 올드시티에서 이스라엘 경찰 2명을 살해한 후 이스라엘 정부는 이슬람 성지인 올드시티 내 알아크사 사원 출입구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했고, 이에 반발한 무슬림들이 올드시티 성벽 밖에서 기도하며 대규모 연좌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올드시티 시위에는 무슬림만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 역시 참여하고 있다. 이는 사원이 위치한 템플마운트(아랍명 하람 알 샤리프)가 종교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상징이기도 해서다. 앞서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는 2000년 10월 2차 인티파다(민중봉기)도 이스라엘 정치인이 템플마운트에 대한 자국의 통제권을 주장하기 위해 수백명의 진압 경찰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 데서 촉발됐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도로 여길 만큼 신성시하는 동예루살렘에 대한 자신들의 지배권을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자 가장 상징성 있는 템플마운트에 대한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새벽 1시 이스라엘 시민권자인 팔레스타인 청년들과 함께 금속탐지기 설치 이래 첫 대규모 기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청년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예루살렘 방향 교통 상황을 생중계하며 다른 이들의 참여를 북돋다 경찰이 보이면 방송을 중단하곤 했다. 그외에도 우리의 발걸음을 저지하는 이들은 많았다. 예루살렘에 진입하는 인터체인지에 설치된 이스라엘 경찰의 간이 검문소에서 경찰은 나의 존재를 문제 삼았다. 외국인인 내가 예루살렘에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며, 나의 ‘안전’을 위해 통과를 금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포기한 운전자가 다른 샛길을 찾아내고 나서야 우리는 알아크사 사원에 가장 가까운 ‘사자의 문’에 도착했다.
아직 기도 시간이 1시간여 남은 때라 사자의 문 앞에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이곳저곳 무리 지어 있었다. 중무장한 30여명의 경찰이 성 안에 주소지가 없는 이들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머리에 키파(유대인 모자)를 쓴 남성들은 신분 확인 없이 성문을 드나들었다. 기자도 무슬림도 아닌 내 존재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에 연대하는 활동가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한 40대 남성이 “나는 점령이나 해방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저 사원에서 기도하겠다는 것뿐인데 이스라엘이 그것도 못 하게 막는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연좌시위에 매일 참석한다는 70대 여성은 때때로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에게 총을 겨누는 경찰들을 가리키며 “폭력을 자행하는 게 누구 같냐”고 물었다.
중무장한 채 잡담을 나누며 총을 아무렇게나 방치하다 일순간 사람들에게 겨누는 경찰들을 보며 예루살렘이 “안전하지 않다”는 검문소 경찰의 말이 떠올랐다. 다만 외국인인 나보다 기도하러 온 사람들에게 안전하지 않을 뿐이었다. 경찰은 갑작스레 한 청년을 불러 둘러싸고는 전신을 수색했다. 특별히 찾아낸 위험 물건이 없었지만 성문 안으로 청년을 끌고 갔고, 5분 뒤 청년은 옷을 다 입지 못한 채 풀려나 붉어진 얼굴로 벨트를 채우고 셔츠를 입었다.
오전 4시20분쯤 1,000여명이 좁은 성문 앞을 가득 메웠다. 사원을 향해 무릎을 꿇고 일어나는 식의 고요한 기도가 이어지는 동안 경찰은 길 양편의 장벽 위에 올라 기도하는 시위대를 내려다봤다. 30~40분 후 기도가 끝나고도 남아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뒤로 하고 숙소에 돌아와 한숨 자고 일어나니 경찰의 발포로 시위대 중 2명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연일 거듭되는 시위로 이스라엘 경찰은 25일 금속탐지기를 제거, 27일에는 남은 보안장치도 모두 철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원된 경찰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14일 이후 약 2주간 팔레스타인 시위대 7명이 숨지고 1,09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지만 시위의 끝이 어딘지는 알 길이 없다.
뎡야핑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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