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망할놈, 죽여” 육두문자 쏟아진 백악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망할놈, 죽여” 육두문자 쏟아진 백악관

입력
2017.07.28 18:30
0 0

스카라무치 공보국장 인터뷰서

“기밀유출자, 옛날이라면 교수형”

프리버스 실장 향해 욕설

트럼프의 충성심 시험 시각도

라인스 프리버스(왼쪽) 백악관 비서실장과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백악관 공보국장.
라인스 프리버스(왼쪽) 백악관 비서실장과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백악관 공보국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이너서클’의 신진 세력 중 한 명인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신임 공보국장이 구세력 참모들을 각종 상스러운 말들로 공격하면서 워싱턴이 발칵 뒤집혔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파’를 자처하며 백악관에 새로 입성한 그는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등 구세력 인사들을 ‘기밀 유출자’로 매도한 후 “유출자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싶다”고 까지 했다. 27일(현지시간) CNN, 더 뉴요커 등과 인터뷰와 트위터에서 그가 ‘망할(fucking)’ 등 육두문자를 동원해 프리버스 등을 몰아붙이자 워싱턴포스트(WP)는 “저질스럽기 짝이 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극에 달한 권력투쟁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백악관 이너서클이 말 그대로 ‘콩가루 집안’이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이날 더 뉴요커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프리버스 실장을 ‘망할(fucking) 놈의 조현병 환자’로 지칭한 뒤 백악관 기밀을 빼돌린 장본인으로 지목했다. 전날 대통령 내외의 만찬 관련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책임을 프리버스에게 돌린 것이다. 이어 CNN과 인터뷰를 자청, “트럼프 행정부 내 외교기밀 유출은 150년 전이라면 반역 행위이며 유출자들은 실제 교수형을 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에는 트위터를 통해 “나의 재산관련 자료가 폴리티코에 보도된 건 프리버스와 관련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이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트윗은 27일 돌연 삭제됐다.

그는 자신과 프리버스 실장의 관계를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카인과 아벨’에 비유하기도 했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프리버스와 형제라고 말한 것은 서로에게 거칠다는 의미였다. 어떤 형제들은 카인과 아벨과 같다. 이 관계가 회복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대통령에게 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서에서 형 카인은 아벨을 죽였다.

미 언론은 프리버스 실장을 향한 스카라무치 국장의 공격이 개인적 원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존 백악관 3인방 ‘숀 스파이서 전 대변인-프리버스 실장-스티브 배넌 수석 전략가’를 함께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프리버스 실장을 겨냥한 스카라무치 국장의 트위터 게시물.
프리버스 실장을 겨냥한 스카라무치 국장의 트위터 게시물.

WP에 따르면 스카라무치 국장은 오래 전부터 프리버스 실장에 앙심을 품고 있었다. 지난해 트럼프 캠프에서 선거자금 조달을 책임진 ‘1등 공신’이었던 만큼 정권출범과 동시에 백악관 핵심 요직을 자신했으나, 프리버스 실장의 견제로 좌절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카라무치 국장이 워싱턴 정가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비서실장을 공격한 배경에는 대통령 의중이 반영되어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축출을 결심한 프리버스 등을 쳐내기 위해 스카라무치 국장에 칼을 쥐어 줬다는 분석이다. 실제 스카라무치 국장은 등장 만으로 스파이서 전 대변인의 옷을 벗겼고, 프리버스 실장에 이어 배넌 전략가에도 ‘개인 영달을 추구하는 자’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그는 더 뉴요커 기자와 통화에서 “나는 대통령 힘을 빌어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욕설을 섞어가며 힐난했다.

‘러시아 스캔들’로 곤경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스카라무치 국장을 전격 등용한 이유도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부하들끼리 경쟁을 부추겨 최대 성과를 이뤄내려는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의 발로라는 것이다. 권력흐름에 민감한 워싱턴 정가 분위기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 출신인 프리버스 실장이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는데도 당에서 그를 옹호한 인물은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정도에 불과했다.

워싱턴 관계자는 “스카라무치의 공세로 프리버스와 배넌이 실제 밀려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위기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기존 참모진의 충성심을 시험하고 기강을 잡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콩가루 집안을 연상시킬지 모르나 트럼프 대통령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는 애기다. 실제 스카라무치 국장은 ‘프리버스 실장을 공격한 CNN과의 접촉에 대해 대통령의 사전 재가를 받았느냐’는 WP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를 인터뷰한 더 뉴요커 기자도 “이 모든 발언이 대통령에게 충성심을 보여주고 싶은 의도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