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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회성 빚 탕감 정책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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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회성 빚 탕감 정책의 명과 암

입력
2017.07.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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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저한 평가를 전제로 숫자에 구애 받지 않고 사정이 어려운 분들을 최대한 도와드리겠다.”

지난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장기연체자 빚 탕감’ 공약을 어떻게 실현할 지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가 보유한 장기연체 채권은 물론, 대부업체가 가진 연체채권까지 사들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어려운 사람을 최대한 돕겠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는 언뜻 보기엔 나무랄 데가 없다. 본인 이름으로 통장 하나 만들기도 어려운 장기 채무자들에게 정부의 화끈한 빚 탕감 약속은 재기의 동아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구원할 동아줄이 이번 한번만 내려오는 거라면 어떻게 봐야 할까. 비슷하게 빚 고통에 시달리는데도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 상당수는 이 동아줄을 잡을 수 없다면 말이다.

사실 정부의 이번 빚 탕감 정책은 8ㆍ15 광복절 특별사면처럼 ‘일회성’ 대책이다. 우선 대출 원리금이 1,000만원 이하이면서 연체기간이 10년 이상인 사람들만 동아줄을 잡을 후보가 될 수 있다. 이런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정부는 대략 내년 초쯤 빚 탕감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그런데 시행 시점에서 안타깝게도 연체기간이 9년인 사람은 딱한 처지와 관계없이 후보에서 자동 탈락이다. 현재도 정부는 연체기간이 15년 이상인 채무자에겐 소득심사를 거쳐 이자는 전액, 원금은 90%를 탕감해 주고 있다. 대부분 극빈층인 이들은 나머지 10%를 수년에 걸쳐 갚는 중이다. 위의 기준으로만 따지면 동아줄을 잡고도 남지만 이들 역시 이미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내년 빚 탕감 후보 명단엔 들 수 없다.

정부는 국민행복기금과 금융공기업 그리고 대부업체가 갖고 있는 장기연체 채권까지 사들여 빚을 없애주기로 했다. 하지만 대개 장기연체자가 빚을 한 곳에서만 지는 경우는 드물다. 시중은행에서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으로 차례차례 빚을 늘린 다중채무자가 많다. 정부가 이들 기관 소유의 빚을 없애준다고 해서 이들의 빚 문제가 모두 청산되지 않는 셈이다. 또 정부가 민간회사인 대부업체에 헐값으로 연체채권을 넘기라 강요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히다.

요즘 국민행복기금 콜센터엔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고 한다. ‘사정이 어려운 건 똑같은데 왜 내 빚을 탕감해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단 한 번의 대책으로, 또 애매한 기준으로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는 당장 내달 해법을 발표한다고 한다. 대통령 공약이어서겠지만, 정부가 조급증에 걸렸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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