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악취문제 해결 등 이전 시급”
청주시 “시 외곽지 통합처리장 건설” 제안
금강환경청 “처리용량 충분” 손사래
지난 16일 충북 청주지역에 내린 폭우로 청주국가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장이 침수돼 정화되지 않은 폐수가 도심 하천으로 흘러 든 사태를 계기로 이 폐수처리장의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청주시에서 관리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폐수처리장 관리권의 지자체 이관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27일 청주시와 금강유역환경청 등에 따르면 16일 오전 쏟아진 폭우로 청주시 흥덕구 향정동에 있는 청주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장이 침수됐다. 이 때문에 펌프와 배전반 등 처리장내 전기 설비들이 고장나면서 정화처리 되지 않은 폐수 수만톤이 그대로 인근 석남천으로 흘러 들었다. 이 석남천도 범람하면서 처리장에서 나온 폐수는 빗물에 섞여 인근 도로와 주택·상가지역을 덮쳐 버렸다.
사고가 나자 폐수처리장 관리자인 환경부가 긴급 복구에 나섰지만 열흘이 넘은 지금까지도 폐수처리장은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곳의 폐수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만 1,000톤은 12km떨어진 청주시환경사업소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폐수가 도심으로 유출되는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폐수처리장 측을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주민 이정수(44)씨는 “백화점과 아파트 밀집 지대에 악취를 풍기는 폐수처리장이 자리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제라도 도심 폐수처리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청주시는 진작부터 이 폐수처리장의 외곽 이전을 추진해왔다. 악취 민원이 잇따르고 산업단지 폐수처리시설을 통합 운영할 필요성이 생기자 2013년부터 줄기차게 정부에 이전 사업을 요구했다.
청주산업단지 폐수처리장은 1987년 정부가 건설했다. 한 차례 증설(하루 3만 1,000톤 처리 규모)을 거쳐 현재 청주산업단지 138개 업체가 배출하는 폐수를 정화처리하고 있다. 처음 건설할 때만 해도 이 폐수처리장은 시 외곽에 위치했다. 하지만 도시 개발이 이어주고, 이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폐수처리장은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사정이 다급해진 청주시는 폐수처리장 이전을 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시는 기존 부지를 용도폐기해 매각하고, 옥산면 등 외곽지에 하루 4만톤 처리 규모의 통합 폐수처리장을 건설하자는 안을 정부측에 제안했다. 이전 비용은 용도폐기한 부지를 개발하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시의 계산이다.
청주시는 다른 방안으로 정부와 시 소유 부지를 맞바꾸는 ‘빅딜’로 폐수처리장을 이전한 뒤 토지 소유는 정부가, 운영은 청주시가 맡자고 제안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로선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청주산단 폐수처리장은 아직 내구연한에 도달하지도 않았고 처리 규모도 충분해 시설 이전을 검토할 필요가 없다”며 “청주시의 안대로 부지를 교환하는 것도 재산가액 평가 등 난제가 수두룩해 폐수처리장을 소유한 기획재정부가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폭우 때 폐수가 유출된 것은 너무 많은 비가 쏟아져 불가항력적 상황이 됐기 때문이지 시설에 문제에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박연수 청주충북환경련 운영위원은 “악취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인 산업단지 폐수처리를 위해 청주산단 폐수처리장 이전은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시민의 입장에서 하루빨리 문제를 풀어달라”고 주문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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