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에 사는 A양(13)은 최근 엄마와 함께 여의사가 진료하는 산부인과를 찾았다. 초경이 시작되면서 건강에 관한 상담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임신과 출산, 건강 등 여성으로서 알아야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은 10대 여성이 2005년 3만2000여명이었지만 2014년에는 6만여명으로 껑충 뛰었다. 이는 초경이 빨라지면서 여성 질환에 노출되는 시기도 앞당겨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애현 산부인과 전문의는 “과거 산부인과하면 임신, 출산을 연상해 미혼여성들에게는 가까이할 수 없는 곳으로 인식됐다”며 “최근엔 건강검진과 여성 질환, 성 문제 등을 상담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의 정확한 의미는 여성의 생식 기능과 연관된 질병을 다루는 의학 분야다. 임신과 출산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실상 초경을 시작한 뒤부터 폐경까지 여성과는 뗄 수 없는 관계다. 20여년 전만해도 미혼여성이 산부인과에 가는 것 자체가 불미스러운 일로 치부되기도 했다. 때문에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여성 질환이 악화한 경우도 있었다.
최근 산부인과는 여성 정기 검진은 물론 전반적인 건강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찾는 사람의 연령대에도 변화가 생겼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여년 전보다 25세 미만의 여성들과 50세 이상 여성의 내원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게 된 것도 산부인과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따라서 음지에 있던 성(性) 문제가 밖으로 나왔고 고민을 적극적으로 털어 놓으면서 자신감을 얻는 이도 늘었다. 특히 산부인과 진료의 특성상 불편한 증상이 있어도 원인을 모르고 혼자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 있는 잘못된 속설 때문에 여성을 더 힘들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때문에 산부인과 전문의를 만나 원인을 찾고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미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비대칭적인 소음순 때문에 고민하다 수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민을 털어놓고 치료법을 듣고 나니 후련하다”고 했다.
이 산부인과 전문의는 “최근 온라인에서 잘못된 의료지식이 범람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어떤 질환이든 검사 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 후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라고 말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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