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넥센의 경기. 1-3으로 뒤져 패색이 짙은 LG의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1사 후 이천웅이 넥센 마무리 김세현으로부터 볼넷을 골라 출루해 불씨를 살렸다. 이어 3번 박용택의 중월 2루타로 한 점을 따라 붙은 LG는 박용택을 대주자 황목치승으로 교체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4번 양석환은 삼진을 당해 투아웃. 그러나 5번 이형종이 볼카운트 1-1에서 김세현의 3구째를 밀어 쳐 깨끗한 우전안타를 쳤고, LG 더그아웃과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2사 후였고 발 빠른 황목치승의 발을 감안하면 여유 있게 동점이 될 상황. 그러나 넥센 우익수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을 연상케 하는 강력한 송구로 정확히 포수 박동원의 미트에 꽂았다. 홈에서 접전이 벌어졌지만 심판의 선언도 태그아웃이었다. 양상문 LG 감독은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올 시즌 가장 긴장되는 판독 시간이 흘렀다. 4분간의 판독을 거쳐 세이프로 번복됐고 아웃이라 확신했던 넥센 선수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만큼 육안으로 보기엔 명백한 아웃이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느린 화면을 재생한 방송사 중계에 몸을 웅크리며 태그를 피한 황목치승의 왼손이 간발의 차로 먼저 홈플레이트에 닿은 장면이 포착됐다. 올 시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비디오 판독이 모처럼 공신력 있는 판정을 내린 순간이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넥센은 곧바로 김상수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2사 1루에서 정성훈을 볼넷, 오지환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 만루를 채우더니 정상호에게까지 볼넷을 허용해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황목치승은 경기 후 “타구도 빨랐고, 송구도 워낙 좋아 아웃이라고 생각됐지만 뒤집어 보고 싶었다. 당시에는 세이프인지 아닌지 확실한 느낌은 없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대수비든, 대주자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넥센은 다 잡은 승리를 날려 3연승에 실패했고, 8회까지는 경기를 지배했던 넥센의 외국인투수 앤디 밴헤켄의 8이닝 4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1실점 역투도 빛이 바랬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2위 NC를 이틀 연속 제압했다. 삼성은 선발 윤성환의 7이닝 5피안타 6탈삼진 1볼넷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5-1로 승리했다. 윤성환은 NC전 3연승과 함께 시즌 7승(6패)째를 거뒀다. 삼성 타선은 화끈한 홈런포로 윤성환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2회 이승엽과 이원석이 차례로 연속 타자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5회에는 정병곤의 몸에 맞은 볼과 박해민의 안타로 만든 2사 1ㆍ2루에서 구자욱이 좌월 3점포를 터뜨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부산에선 롯데가 한화의 추격을 힘겹게 뿌리치고 9-8 진땀승을 거뒀다. 수원에선 두산이 kt를 7-3으로 누르고 6연승을 달렸다. KIA는 연장 11회말 1사 만루에서 안치홍의 끝내기 내야 땅볼 타점에 힘입어 SK를 8-7로 따돌렸다. 이틀 연속 끝내기 승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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