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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의 매케인, 미 상원을 움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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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의 매케인, 미 상원을 움직이다

입력
2017.07.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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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이 25일 뇌종양 수술 후 처음으로 워싱턴 의사당에 등장해 건강보험 개혁 관련한 연설을 펼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이 25일 뇌종양 수술 후 처음으로 워싱턴 의사당에 등장해 건강보험 개혁 관련한 연설을 펼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인생의 7할을 공직에 몸담은 베테랑의 풍모였다. 25일(현지시간)은 8선의 미국 존 매케인(애리조나ㆍ81) 공화당 상원의원이 의석에 앉은 지 34년 6개월하고도 22일째인 날이었다. 해군 복무 기간까지 더하면 총 56년을 공직자로 살았다. 뇌종양 진단과 함께 불과 열흘 전 받은 혈전 제거 수술도 이러한 그의 등원을 막을 순 없었다. 매케인 의원은 이날 “지금 이 순간은 내 생애 어떤 일보다도 중요한 봉사”라고 시작한 약 15분의 연설로 수개월간 건강보험 개혁 문제로 고전하던 당을 한방에 구제했다. 의회 민주주의 수호자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병석을 털고 나온 노장을 향해 미국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갈채를 보냈다.

매케인 의원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모습을 드러낸 이날 오후 3시. 원내에는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부터 여야 충돌을 거듭해 온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ㆍACA)’ 폐지 토론 개시 여부를 두고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매케인을 제외한 상원의원 99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메인) 의원과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의원이 반대표로 이탈해 상황은 찬성 48명(전원 공화당) 대 반대 50명. 공화당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마지막 순서인 론 존슨(위스콘신) 의원을 설득하던 순간 매케인 의원이 등장했다. 14일 지역구인 애리조나에서 받은 수술로 왼쪽 눈썹 위 수술 봉합 자국과 눈가의 피멍이 선명한 채였다. 매케인 의원은 그대로 찬성표를 던진 뒤 단상에 올라 동료 의원들에게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는 연설을 펼쳤다. 그는 “상원을 거쳐 간 수많은 훌륭한 의원들은 아무리 서로 다른 열망이 있어도 공동의 임무를 위해 (정당 간) 협력할 의무가 있음을 이해했다”며 “지금은 내가 기억하는 어느 때보다 더 당파적이고 부족적(tribal)”이라고 일갈했다. “우리는 밀실에서 (오바마케어 폐지) 법안을 만들고 나서야 회의적인 구성원들에게 ‘없는 것보다 낫다’고 납득시키려 했다”며 배타적인 협의 방식도 비판했다. “서로를 믿자. 정상적인 질서로 돌아가자”는 말도 덧붙였다. CNN은 “전형적인 매케인식의 연설문이었지만 미국과 상원, 그리고 양당 동료들에 대한 강인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공화당 원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5일 건강보험법 개정 논의안을 지지하는 투표를 하기 위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원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5일 건강보험법 개정 논의안을 지지하는 투표를 하기 위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EPA 연합뉴스

매케인의 일성에 공화당 의원뿐 아니라 이미 패배를 직감했을 민주당 의원들도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매케인과 동시에 존슨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으며, 50 대 50 동수 상황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함에 따라 토론 개시 안건은 최종 가결됐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1호 공약’으로 내건 오바마케어 폐지 및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ㆍAHCA)’ 처리 수순이 본격적인 출발선에 오르게 됐다. 상원은 향후 사흘간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 제도) 예산 감소 여부 등을 두고 20시간의 토론을 걸친 후 하원에서 올라온 AHCA 수정안을 도출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매케인이 심각한 투병 상황에서 의회에 나선 것도 놀랍지만, 그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조롱해 온 트럼프를 돕기 위해 그랬다는 것이 가장 뜻밖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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