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마지막 테니스 메이저대회 US오픈 조직위가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 있는 마리아 샤라포바(30ㆍ랭킹173위ㆍ러시아)에게 대회 흥행을 위해 와일드카드를 건넬까.
샤라포바는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서 열린 2017 월드 팀 테니스대회(WTT) 경기에 오렌지 카운티 브레이커스 소속으로 출전, 단ㆍ복식을 휩쓸었다. 지난 5월 허벅지 부상으로 2개월 가까이 공백을 가진 뒤 출전한 첫 대회였다. WTT는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와는 별개로 단체 리그전을 펼쳐 순위를 정하는 이벤트 형식의 대회다. 비너스 윌리엄스(37ㆍ9위ㆍ미국), 유지니 부샤드(23ㆍ69위ㆍ캐나다) 등 현역 선수뿐 아니라 앤디 로딕(미국) 등 은퇴 선수들도 참여하고 있다.
샤라포바는 기자회견에서 “느낌이 아주 좋고 에너지가 넘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31일부터 WTA투어에 참가할 예정인 그는 “나는 1주일 사이에 많은 발전을 이뤘고 훨씬 좋은 경기를 했다. 이것이 내가 이 대회에 참가한 이유”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오렌지 카운티 브레이커스의 릭 리치 코치 역시 “샤라포바가 다시 세계랭킹 5위 안에 속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그의 재기에 힘을 실었다.
샤라포바의 이번 대회 출전은 본선 직행이 불발된 US오픈의 와일드카드 출전권을 얻기 위한 ‘쇼케이스’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부상으로 2개월간 코트를 떠나 있던 샤라포바가 완전히 회복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와일드카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현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과 권위 보다는 상업적인 측면을 더 고려하는 US오픈이 여전히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는 샤라포바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랭킹 173위인 샤라포바는 128명이 출전하는 US오픈 여자단식 본선에 자력으로 진출할 수 없다. 때문에 대회 조직위로부터 와일드카드를 받거나, 예선부터 참가해 3연승으로 본선티켓을 따내야 한다.
하지만 샤라포바에게 그랜드슬램 대회 와일드카드를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선다. 와일드카드 제도는 부상으로 코트를 떠난 사이 순위가 낮아진 선수를 위한 것이지, 도핑 전력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미국 테니스의 전설 크리스 에버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반 투어 대회라면 모를까, 메이저 대회는 좀 더 엄격한 윤리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지난 4월 열린 프랑스오픈 조직위원회는 ‘도핑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에게 대회 초청장인 와일드카드를 주면 안된다’는 여론을 의식해 샤라포바에게 와일드카드를 부여하지 않았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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