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새 후견인으로 등장
대북 국제 공조에 변수로
대북 제재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벌이는 동안 러시아가 북한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북한과 중국 사이의 벌어진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러시아가 북한의 새 후견인으로 등장해 동북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모습이다. 러시아 변수로 인해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도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안 도출을 두고 미중이 갈등을 빚던 상황에서 새 변수로 등장한 나라가 러시아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대북 제재 논의가 진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몇 주 전 결의안 초안을 중국 측에 넘겼고, 중국은 가능한 새 대북 제재를 놓고 러시아와 협의 중”이라며 “중국이 러시아 측과 문제를 푸는 것이 진정한 시험대”라고 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중국이 협의한 대북 제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4일 발사한 화성-14형에 대해 러시아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6자 회담 차석 대표인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외무성 순회대사가 22~25일 북한을 방문해 신홍철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났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5일 전했다. 통신은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러시아 측이 우리 측과 긴밀히 연계하고 적극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새 대북 제재안 논의에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북러 간 경제 협력도 더욱 긴밀해지는 양상이다. 1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러시아 연방세관 자료를 토대로 올 4월까지 러시아의 대북 석유 수출액이 약 230만달러어치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4만달러)의 3배가 넘는 액수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러시아가 북한 입장에서 보면 새 활로지만 대북 제재 측면에서는 구멍으로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두 나라 간 밀착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덕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의 해외송출 노동자가 6만~1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3만명가량이 러시아에 나가 있어서 북한 인력 수출이 금지되면 북러 모두 타격을 입는다”며 “극동ㆍ시베리아 개발에 역점을 둔 푸틴으로선 경제적으로도 북한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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