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의 세월호’라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존 리(49) 전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형사처벌을 면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그가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과 거짓광고 표시를 보고 받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영진)는 2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존 리 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리 전 대표가 ‘99.9% 아이 안심’ 광고가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거나 살균제 유해성을 보고 받았다는 입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거라브 제인, 프레드릭 몰리 등 해외 체류하는 전직 외국인 임원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전직 외국인 임원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직원의 추측성 진술만으로는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신현우(69) 전 대표에게는 피해자 92%와 합의했다는 점을 고려해 1심(징역 7년)보다 감형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가습기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해 리 전 대표에게 무죄가 나왔다”며 리 전 대표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일부 가습기 피해자들은 선고 도중 자리에서 쓰러지기도 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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