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가전략으로 추진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맞춰 철도굴기(堀起ㆍ우뚝 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고속철은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넘어 유럽에서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중국 수출입은행은 25일(현지시간) 이란에서 국책은행인 산업ㆍ광물은행과 이란 철도사업에 15억달러(약 1조6,755억원)의 수출입금융 지원 서명식을 가졌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동북부 제2의 도시 마슈하드를 잇는 926㎞의 철로를 전철화하는 사업으로 중국 국영기업인 기계수출입공사(CMC)가 이란 철도공사(IRIR)와 함께 진행한다. 이란에서는 이미 중국철로공정총공사(CREC)가 테헤란과 중부지역의 일부 도시를 잇는 18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고속철도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라오스에 이어 태국에서도 고속철 사업을 승인받으면서 고속철 굴기를 동남아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5년 기공식을 가진 뒤 자금과 기술이전, 인력 지원 문제 등으로 최종 결정이 미뤄졌지만 결국 6조원에 이르는 비용은 태국이 부담하되 중국은 시공권과 기술을 제공하는 쪽으로 매듭이 지어졌다. 태국 정부가 세계 최고수준인 중국의 고속철 기술을 배우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결과였다.
앞서 지난 5월 말에는 중국이 유럽에 수출한 고속철인 마케도니아 전동차 프로젝트가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른 철도 호환성 기술규범(TSI) 인증을 받았다. 중국 고속철이 EU로부터 유럽 철도에 부합한다는 인증서를 정식으로 획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사업권을 확보한 헝가리~세르비아 간 고속철 건설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소비재 도매시장이 형성돼 있는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시와 헝가리ㆍ독일은 물론 프랑스와 영국에까지 이르는 화물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중국 철도사업의 해외진출은 대부분 일대일로 구상과 맞닿아 있다. 중앙아시아~중동~동유럽~서유럽으로 이어지는 화물열차 노선은 지난해부터 정례화했고, 해상 무역로 개척과 맞물린 동남아~중동은 신규 철도 건설과 고속철 수출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고속철의 경우 중국은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 목전에서 베이징~톈진(天津) 노선을 처음 운행하는 등 후발주자였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자국 내에서만 전 세계 고속철의 65%인 2만1,000㎞의 노선을 시공했고 철도차량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30%를 넘었다. 경험에 기반한 기술력과 저렴한 건설비용 등을 앞세워 102개 국가와 고속철 수출 계약도 맺었다. 지난 26일엔 자체 기술로 개발한 평균 시속 400㎞의 푸싱(復興)호도 선보였다. 한때 미국ㆍ베네수엘라ㆍ리비아 등지서 계약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일대일로 구상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선 철도굴기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