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文대통령 중국 방문에
악재될 것 우려해 일단 거부
하반기 訪中 후엔 속도 붙을 듯
발사대도 6기 아닌 9기 제안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완료 시점의 마지노선을 내년 3월로 못박자고 요구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6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조율 과정에서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해 일단 거부했지만 올 하반기 방중이 성사된다면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이 없어 미국의 의도대로 사드 배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25일 “미 측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일정을 확정 짓길 원했다”며 “이에 올 9월이나 늦어도 내년 3월까지 사드 배치를 끝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올해 9월은 한미 양국이 지난해 7월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발표할 때 합의한 완료 시점이다. 당시에는 대선이 예정대로 12월에 치러질 것을 감안한 시간표였다. 미국이 최종 기한으로 제시한 내년 3월은 한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이 시작되는 시기다. 다른 관계자는 “한미 군사훈련을 통해 온전한 사드 1개 포대의 작전 운용능력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앞서 4월 레이더와 발사대 2기를 기습적으로 성주 골프장에 반입했지만 나머지 발사대 4기는 인근 왜관의 미군기지에 보관 중이다.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사드 부지 환경영향평가를 앞두고 있어 올해 9월은 물리적으로 촉박한데다 사드에 반대하는 중국을 의식해서다. 특히 정부가 8월 24일 한중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문 대통령의 방중을 타진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 일정을 확정할 경우 중국을 자극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3월에 사드 배치가 완료될 가능성은 높다. 외교 소식통은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에는 우리도 미국의 요구대로 사드 배치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지난해 주한미군에 배치하자고 제안한 사드 발사대는 6기가 아닌 9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 6기로 구성되지만 필요에 따라 3기에서 9기까지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가뜩이나 사드 배치 여론이 좋지 않던 때라 9기 도입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9기를 배치한 뒤 일부 발사대를 주일미군기지로 재배치한다면 우리만 이용당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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