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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필카에서 드론카메라까지… 장비족의 영원한 아이템, 찰칵!

입력
2017.07.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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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대상은 기술 발달, 문화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오디오, LP플레이어에서 자전거, 오토바이, 골프채, 그리고 드론에 이르기까지…. 이 중 카메라는 세대를 아우르며 살아남은 장비라 할 만하다. 1970~80년대 아버지의 장롱 속 보물에서, 드라마 ‘도깨비’ 여주인공 지은탁의 대학 입학선물까지. 형태는 변했지만 카메라처럼 사람들의 일상에 오래 천착한 장비도 드물다. 카메라의 변천을 통해 첨단기술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경쟁하며 명맥을 이어가는 장비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감성 장비’는 죽지 않는다

회사원 김모(33)씨가 카메라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손 맛’ 때문이다. 아버지가 쓰던 필름카메라로 입문한 그는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캐논의 보급형 DSLR(Digital SLR)을 장만했고 취직 후에는 니콘의 중급 DSLR과 함께 광각ㆍ망원 렌즈 5개를, 결혼 전에는 스스로에 게 주는 ‘마지막 선물’로 530만원대의 라이카 카메라를 구매했다. 김씨는 “사진을 찍는다는 건 어떤 사물을 나만의 관점으로 천천히 바라보고 해석하는 작업인 것 같다”며 “찍는 순간 감각적으로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조정해 내가 원하는 모습을 담았을 때의 손맛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고 있긴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의 촬영이나 피사체를 부각하는 면에서는 아직 한참 부족해 가볍게 찍을 때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33)씨가 최근 6년간 모은 카메라 장비들. 중고 구입 장비를 포함해 전체 구입가는 1,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회사원 김모(33)씨가 최근 6년간 모은 카메라 장비들. 중고 구입 장비를 포함해 전체 구입가는 1,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니콘, 캐논 같은 일본 업체들은 기술 혁신을 통해 일안반사식(Single Lens ReflexㆍSLR) 카메라를 보급시켰고 동시에 카메라 마니아들이 등장했다. SLR이란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직접 거울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렌즈와 촬영자 간의 시점 오차를 없앤 방식을 말한다. 일본은 70년대 독일 등이 종주국으로서 강세를 보이던 SLR 카메라에 자동노출ㆍ초점 기능 등을 추가하고 셔터스피드 성능을 개량하면서 카메라 시장의 강자로 자리를 굳혔다.

비싼 가격, 노출ㆍ셔터스피드ㆍ조리개ㆍ초점 같은 복잡한 작동법은 일반인에게는 진입장벽이었지만 마니아들에게는 매력이었다. 어느 정도의 경제력과 기능을 보유한 사람에게 자신만의 시각적 기록을 남긴다는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1970년대 후반 발매돼 큰 인기를 누렸던 캐논의 필름카메라 AE-1P. 출처 kenrockwell.com
1970년대 후반 발매돼 큰 인기를 누렸던 캐논의 필름카메라 AE-1P. 출처 kenrockwell.com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기존의 카메라 필름을 대체하는 CCD(Charge-Coupled Device)센서가 등장,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열렸다. 필름업체 코닥과 콘탁스를 비롯한 카메라 브랜드들은 디지털 전환기에서 파산위기 등 고난을 겪었다. 그러나 카메라는 더욱 대중화됐다. 2000년 초반 이른바 ‘똑딱이’라고 불리는 소형 디지털 카메라가 붐을 일으켰고 덩달아 전문적인 디지털 사진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DSLR 시장도 커져갔다.

니콘의 DSLR 최상급기종 D5. 니콘 홈페이지 캡처.
니콘의 DSLR 최상급기종 D5. 니콘 홈페이지 캡처.

스마트폰이 바꿨다… 그리고 다시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카메라는 ‘필수재’의 위치까지 얻었다. 한때 대학 입학선물로 인기를 누렸던 ‘똑딱이’의 화소는 대개 600만 화소 안팎. 현재 대부분의 신형 스마트폰에 장착된 카메라는 1,000만 화소를 훌쩍 넘는다. 카메라 만이 담을 수 있었던 그림을 전화기가 일반화 시켜버린 것이다. 한 카메라 수입업체 관계자는 “문맹률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대필가라는 직업이 사라졌듯이, 비슷한 상황을 맞이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기회도 동시에 가져왔다.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관계자는 “보급형 카메라 판매가 한때 줄긴 했지만 스마트폰의 성능에 만족을 못해 카메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다만 간편함에 익숙해 진 탓인지 DSLR보다는 크기가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가 대세”라고 말했다.

손톱보다 작은 렌즈와 CCD센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스마트폰 카메라는 아직 풍부한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 카메라의 거울과 반사경을 없애 무게와 부피를 대폭 줄인 것이 강점이지만, 소비자들의 욕구는 다시 두 장비의 벽을 허물고 있다. 니콘이미징코리아의 이창준 홍보과장은 “성능을 높이기 위해 미러리스 카메라의 렌즈와 바디(본체)가 점점 커지고 가격이 비싸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DSLR과의 차이가 많이 좁혀진 상태”라고 말했다. 니콘과 캐논의 DSLR 최상급 기종의 경우, 렌즈를 제외한 본체 가격만 720만~740만원대에 육박하고, 소니의 미러리스 카메라 상급 기종은 510만원대에 이르지만 장비족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한다.

하늘로 올라간 카메라, 드론

드론 제조업체인 DJI사의 전문가급 모델인 인스파이어2. DJI 홈페이지 캡처.
드론 제조업체인 DJI사의 전문가급 모델인 인스파이어2. DJI 홈페이지 캡처.

카메라 업체들이 기계식에서 디지털로, 스마트폰을 거쳐 미러리스, 다시 DSLR을 중심으로 한 기술경쟁이 한창일 때 차원이 다른 도전자가 등장했다. 드론(Drone)이다. 드론은 촬영자와 카메라의 위치를 분리시켜 공간적 제약을 허물어 버린다. 카메라 마니아와 드론 마니아가 완전히 겹치지는 않지만, 드론이 카메라 시장 일부까지 침투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세계적인 드론 생산업체인 DJI코리아의 석지현 홍보팀장은 “원래는 보다 손쉬운 조종이 가능한 비행체 개발에 주력하고 다른 회사 카메라를 장착하기도 했지만 2, 3년 전부터는 카메라 일체형 드론 생산을 시작했다”며 “새롭고 신선한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욕구가 많은 시대에 하늘을 나는 드론은 카메라의 영역을 넓혔다고 본다”고 말했다. DJI의 전문가급 모델은 400만원선에 이른다. 드론은 초창기 화물 운반이나 데이터 확보를 위한 고공 촬영 등 산업용 목적에 무게가 실렸지만, 자신만의 독창적인 촬영물을 원하는 개인 소비자들이 늘면서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드론을 통해 나만의 결과물을 원하고 그를 위해 다소 비싼 가격과 기술 습득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은 초창기 카메라가 대중화될 때 소비자들의 모습과 유사하다”면서도 “다만 아직 항공 규제가 많고 소형화 작업도 거쳐야 하겠지만 (카메라 시장에) 강력한 도전자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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