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이폰ㆍ갤노트 100만원 넘을 듯
갤S8+ 115만원 모델 큰 인기
70만원 이상 폰 판매비중 40%
탄탄한 고가폰 수요에 자신감
단통법 10월 자동폐지도 영향
“100만원을 넘기지 말라.”
스마트폰 시장의 오랜 불문율이다. 기본 모델의 가격이 여섯자릿수를 넘어가면 소비자들이 확 비싸다고 느끼기 때문에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는 어떻게든 출고가를 십만원대에 맞추려 했다. 지난 3월 출시된 갤럭시S8가 93만5,000원부터 시작하고, 비슷한 시기 나온 애플 아이폰7 빨간색 특별판이 99만9,900원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올 상반기 갤럭시S8플러스 128기가바이트(GB)가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면서 100만원 이하가 꼭 정답은 아니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6GB 램을 탑재해 처리 속도가 월등히 빠른 이 제품은 115만5,000원이라는 최고가에도 전체 갤럭시S8 시리즈 판매량의 약 2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이 비싸도 그만한 값을 하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논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입증된 셈이다.
‘100만원=심리적 저항선’이라는 공식은 올 하반기 완전히 깨질 전망이다. 애플이 아이폰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야심작 아이폰8, 다음달 공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등 주요 제품들이 100만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5일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JP모건은 최근 9월 초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새 아이폰의 가격이 1,100달러(약 122만원)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이폰7(649달러)보다 약 450달러나 비싼 가격이다. “듀얼카메라, 증강현실(AR) 센서 등이 탑재돼 1,400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이대로라면 아이폰8의 국내 출고가는 120만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폰이 KT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된 2009년 이후 출고가가 100만원을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통신업계에서는 다음달 23일(현지시간) 공개되는 갤럭시노트8도 가격이 100만원대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0만원에 육박했던 전작 갤럭시노트7(98만8,900원)보다 화면 크기가 커지고 전반적 성능도 향상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는 건 첨단 기능이 추가되면서 원가가 높아진 게 직접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비싸도 어차피 살 사람은 산다는 제조사들의 계산이 깔려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2014년 2분기 국내 시장에서 약 40%를 차지했던 70만원 이상 고가폰 판매 비중은 올 2분기에도 변함이 없었다. 고가폰 수요층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보조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제한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10월 자동 폐지되는 국내 상황도 출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상한이 없어지면 어차피 보조금을 많이 쓰게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출고가를 높여 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통신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가격이 뛰면 정부가 추진 중인 분리공시제(제조사 보조금과 이통사 보조금을 따로 공개하는 것)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제조사 보조금이 얼마인지 투명하게 공개되면 보조금을 주는 대신 휴대폰 출고가를 내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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