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실 직원 전화번호 잘못 적어
최초 신고 33분만에야 현장 도착
집중호우로 침수된 인천 반지하 주택에서 23일 90대 치매 노인이 숨진 사고는 소방당국이 좀 더 신경 썼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잘못 전달된 휴대폰 번호 탓에 귀한 생명을 놓친 어이없는 사고였다.
25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폭우가 쏟아진 23일 오전 9시28분쯤 "반지하 방이 침수돼 노인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당시 상황실 근무자는 신고자의 휴대폰 번호를 적은 뒤 침수 현장에서 배수 작업 중이던 펌프차 대원에게 전달했다. 펌프차 직원은 신고 내용과 휴대폰 번호를 토대로 현장에 출동했으나 전화가 결번으로 나오면서 연락이 닿지 않자 다른 현장으로 이동했다. 상황실 근무자가 휴대폰 번호를 손수 적는 과정에서 한자리를 잘못 써 전달했기 때문.
평소에는 자동으로 신고자 위치가 컴퓨터에 입력되고 신고 전화번호도 자동으로 뜨지만, 이날은 폭우로 인해 전화가 폭주하면서 이런 시스템이 정상 가동되지 않았다. 불러주는 번호를 직접 적다가 실수가 생긴 것이다. 이날 인천소방본부에는 평소보다 4배 많은 6,000여건의 신고 전화가 몰렸다.
신고자는 이모(95)씨가 방 안에서 숨을 쉬지 않는 걸 확인하고 오전 9시52분쯤 다시 119에 전화했다. 구급차가 오전 10시1분쯤, 최초 신고 33분만에 현장에 도착해 이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첫 신고는 사람이 있는 방 안에 물이 찼다는 신고여서 펌프차를 배차했으나 이미 출동을 나간 상태였고 휴대폰 번호도 잘못 전달돼 현장에 가지 못했다”라며 “두 번째는 구조 신고여서 여유가 있는 구급차량을 현장에 즉시 보냈으나 결국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유가족이 있는 장례식장을 찾아가 이 같은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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