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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미안해…이제 찰리를 보냅니다"

입력
2017.07.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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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걸린 영국 11개월 아이 부모

연명치료 결국 포기하기로

성금 19억원으론 재단 설립 뜻

병상에서 투병 중인 찰리 가드. 찰리의 싸움 재단 홈페이지 캡처
병상에서 투병 중인 찰리 가드. 찰리의 싸움 재단 홈페이지 캡처

“2주 남은 첫 생일을 맞지 못할 수 있는 아들과 마지막 순간을 보내려 합니다.”

지구상에서 16명만 앓고 있는 희귀병에 걸린 영국 아기 찰리 가드의 부모가 결국 연명치료를 포기하기로 했다. 치료 시기를 놓쳐 더 이상 법적 투쟁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찰리의 부모인 크리스 가드와 코니 예이츠는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고등법원 앞에서 “생후 11개월 된 아기 찰리의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고 말하며 이런 애끊는 심정을 전했다. 성명을 낭독한 뒤 이들은 아들 찰리를 향해 “엄마와 아빠는 너를 너무 사랑해, 우리는 항상 함께 할거야. 널 구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부모가 찰리를 미국으로 데려가 실험적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한 5개월 동안의 법적 투쟁을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찰리 가족의 법적 대리인인 그랜트 암스트롱은 희귀병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에 걸린 찰리에게 실험적 치료법을 시도하려던 의사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고 판단해 부모가 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치료를 자처했던 미 컬럼비아대 미치노 히라노 교수는 지난주 찰리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를 검토한 뒤 치료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을 법원에 전달했다.

암스트롱은 “치료는 멈췄지만 부모는 찰리를 위한 재단 설립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찰리의 사연이 알려진 뒤 크라우딩펀딩 방식으로 치료 지원을 위한 모금 운동이 진행돼 현재까지 130만파운드(18억8,800만원)가 모였다.

지난해 8월 태어난 찰리는 출생 후 곧 희귀병인 MDS 진단을 받았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뇌와 근육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희귀질환이다. 찰리는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지만 병원 측은 뇌 손상을 이유로 연명치료 중단을 제안했고, 부모가 거부하자 소송을 내 4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법원에 이어 유럽인권재판소(ECHR)도 찰리의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영국은 물론 유럽, 미국 등에서 찰리 살리기 운동이 거세게 일어 의료윤리 논쟁으로까지 비화됐다. 런던 버킹엄궁 인근에서는 ‘찰리를 살려 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동참했다. 교황청은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교황은 찰리의 사례를 애정과 슬픔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찰리의 삶이 다 할 때까지 옆에서 보살피고 싶어 하는 부모의 바람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튿날 트위터에 “영국에 있는 우리 친구들과 교황의 의지에 힘입어 찰리 가드를 도울 수 있다면 기쁠 것”이라고 적었다. 19일에는 미 하원이 치료를 위해 찰리와 부모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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