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다섯 번째 지하수 증산 시도
지하수 ‘公水化’ 원칙에 또다시 좌절
한진그룹이 제주 지하수를 놓고 벌인 ‘물의 전쟁’에서 또다시 쓴맛을 봤다. 무려 7년째 이어지고 있는 물 다툼이다. 한진그룹의 패배 원인은 단순하다. 제주도민들은 한정된 자원인 제주 지하수를 공공의 자산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이 먹는샘물인 한진제주퓨어워터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다섯 번째 지하수 취수량 증산 시도에 나섰지만 제주도의회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25일 제35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개최되기 앞서 이날 오후 1시쯤 전체의원 간담회를 갖고 제주도지사가 제출한 ‘한국공항㈜ 지하수 개발ㆍ이용 변경허가 동의안’ 을 논의한 끝에 해당 안건을 ‘상정 보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본회의 표결만 남겨 둔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산 시도가 좌절된 셈이다.
앞서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21일 한국공항이 지하수 취수량을 하루 100톤에서 50톤 더 늘려달라는 요구에 대해 20톤을 줄여 30톤을 증산하라는 부대조건을 달아 수정 가결했다. 한국공항은 2011년부터 지하수 취수량을 하루 100톤에서 300톤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하는 등 그 동안 다섯 차례나 증산을 시도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었다.
한국공항은 현재 대한항공과 진에어에 공급하는 기내용 먹는샘물인 제주퓨어워터를 생산하기 위해 하루 100톤의 지하수를 취수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기 승객이 늘면서 지하수 취수량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공항 측은 “대한항공과 진에어 국제선 승객이 1년에 1,900만명이지만, 이 중 1,000만명은 제주퓨어워터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지하수 추가 증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증산 이유를 밝혔다.
현재 먹는샘물인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의 1일 지하수 취수량은 3,700톤. 언뜻 보면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30톤 증산이 무슨 대수인가 의구심도 들지만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반대 이유가 ‘취수량’에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대회의 측은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의 이익 실현 수단으로 지하수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제주특별법상 지하수 ‘공수화(公水化)’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증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특별법은 제주도가 설립한 제주개발공사 외에는 먹는샘물의 제조ㆍ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제주특별법 시행 이전에 지하수 개발ㆍ이용허가를 받은 회사(한국공항)는 기득권을 인정하고 있다. 제주는 우리나라의 최대 강수지역이지만 화산섬이라는 특성상 물이 고이지 않아 지하수 외에는 물 공급원이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개발행위로 물 사용량도 급격히 늘어나 지하수 개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종도 한국공항 상무는 “한국공항은 지하수 보전을 위한 제주도특별법의 공수화 정신을 존중하며, 증산 요구도 공수화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기존에 한국공항이 허가받은 하루 200톤의 취수량으로 환원되면 더 이상 증산 요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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