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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찰기-중 전투기, 서해 인근서 90m 근접대치

입력
2017.07.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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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소속 EP-3 정찰기. 연합뉴스
미 해군 소속 EP-3 정찰기. 연합뉴스

한반도 인근 공역에서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90m까지 근접 비행하는 아슬아슬한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 북핵 및 무역 문제 등을 놓고 맞서고 있는 양국의 갈등이 힘을 기반으로 한 군사적 분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2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서해와 동중국해 사이 공역을 비행하던 미 해군 EP-3 정찰기 곁으로 무장한 중국 젠(殲)-10 전투기 2대가 다가와 진로를 방해했다. 그 중 한 대는 고속으로 정찰기 아래로 접근한 뒤 속도를 줄이면서 전방을 가로막았다. 두 항공기간 거리는 불과 91m밖에 안됐다. 일촉즉발 상황이 전개되면서 EP-3는 충돌을 막고자 ‘회피 기동’을 통해 해당 지역을 빠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미 국방부는 중국 전투기들의 비행을 명백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은 “공역에선 정기적으로 항로를 차단하는 일이 생기는데 대부분 안전한 방법으로 이뤄진다”며 “하지만 이번 근접비행은 불안정하고 전문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충돌 위기가 발생한 지점은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148㎞ 떨어졌으며, 중국 정부가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설정한 곳이다. 중국은 ADIZ에 진입하는 군용기는 당사국에 비행 계획을 통보해야 하는 규정상 전투기 출동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나 미국은 ADIZ 권한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이 국경 정찰 활동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미중간 군사적 긴장 행위는 부쩍 잦아지고 있다. 앞서 5월에도 젠-10 전투기 2대가 홍콩 인근 공역에서 작전 중이던 미 해군 P-3 오리온 정찰기의 비행을 방해했다. 당시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개시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달 12일에는 미 이지스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지나던 중국 유일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을 추적한 사실이 드러나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미 CNN방송은 “중국군은 지난 몇 달 동안 인도와 국경분쟁 수위를 높이고 해군이 최초로 발트해에 진입해 러시아 해군과 합동훈련을 하는 등 한층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미국과 무력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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