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아들 법인카드로 유흥비
딸 가사도우미를 직원으로 올려
해외여행 동반하고 출장비 처리
측근에 신주인수권 헐값 매각도
임직원 “초전박살 내겠다”보고
가맹점 탈퇴 업주들 숨통 조여
온갖 경영 비리와 무자비한 갑(甲)질로 일그러진 ‘피자의 신화’는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피자업계 첫 상장을 일군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69) 전 MP그룹 회장의 전횡을 수사한 검찰은 25일 결과를 발표하면서 두 가지 평을 내놓았다. ‘상장법인 사유화’ ‘갑질 경영의 결정판.’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부회장인 아들 월급을 2,100만원에서 9,100만원으로 4.3배 올렸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7개월간 아들에게 4억9,000만원의 급여를 더 줬는데, 아들이 개인채무 90억원의 이자도 못 내서다. 그런 아들은 유흥을 즐기며 법인카드로 2억원을 긁었는데, 검찰에서 “경영에 관심 없다”고 진술했다.
정 전 회장은 자신의 초상화 두 점 제작비 9,000만원을 회삿돈으로 썼다. 차명으로 가맹점 5곳을 운영하면서 로열티 7억6,000만원을 안 냈다. 가맹점을 본사 직영점으로 바꾸면서 13억여원의 권리금을 부당하게 챙겼다. 2007년부터 2011년 12월까지 이런 식의 제왕적 경영으로 정 전 회장은 회사에 약 40억원의 손실을 끼쳤다. 게다가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지배하는 비상장사가 소유한 신주인수권을 측근들에게 싸게 팔아 회사에 25억원의 손해를 준 혐의도 받는다. 이런 배임 행위의 피해액은 총 64억6,000만원이다.
정 전 회장은 딸은 물론 친척, 측근, 사돈까지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거액의 급여를 줬다. 딸의 가사도우미까지 직원으로 올려 해외여행에 동반하는 경비 등을 출장비로 처리해주고 220만원씩 월급도 줬다.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부당 지급된 급여는 29억원(횡령)이다.
횡령 방식은 갖가지였다. 치즈 유통과정에서 동생 회사를 중간에 넣어 7만원대면 사는 치즈를 9만원대에 가맹점주에게 팔아먹은 ‘치즈 통행세’로 2005년부터 올 3월까지 57억여원을 횡령했다. 가맹점주들이 낸 광고비 5억7,000만원을 엉뚱한데 쓰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의 횡령액은 모두 91억7,000만원에 달했다.
정 전 회장은 참다 못한 가맹점주들이 따로 가게를 열자 인근에 직영점을 열어 보복했다. 임직원들은 정 전 회장에게 “(그들을) 초전 박살 내겠다” “조속히 평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직영점은 1만6,000원짜리 치킨을 5,000원에 파는 등으로 탈퇴업주들 숨통을 조였다.
아울러 정 전 회장이 자서전을 베스트셀러로 만들려 가맹점주들에게 강매하고, 가맹점 리모델링과 간판 교체 등을 강요해 공사비 10~15%를 공사업체로부터 돌려받아 총 30억원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 범위에선 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시간이 걸렸다”며 “시민단체 고발 건 등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경영 비리가 더 있을 거란 얘기다. 앞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던 정 전 회장은 조사 과정에선 딴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이날 정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공모한 동생 정모씨와 MP그룹 최병민 대표이사는 불구속 기소됐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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