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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새천년을 연 첫차, 대우 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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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새천년을 연 첫차, 대우 레조

입력
2017.07.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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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2000년, 새천년의 첫차는 대우자동차 레조였다. 희망의 새천년이 밝았지만, 시절은 어수선했다. 대우차도 그랬다. 1999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차는 새 주인을 찾고 있었다. 레조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기자들은 신차보다 대우차를 누가 인수할지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2000년 1월 4일 오후, 대우자동차는 군산공장에서 언론품평회를 열고 레조를 공개했다. 레조는 이탈리아어로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부는 그늘진 쉼터’라는 뜻. 대우차는 1996년부터 이 차 개발에 나서 총 2,100억원을 투입했다. 승용 감각의 성능과 스타일, 승합차 고유의 다목적성과 경제성까지 고루 갖췄다고 강조했다. 가격은 LPG 일반형(SL) 1,220만원, 고급형(VL) 1,380만원, 가솔린 고급형(VG) 1,405만원이었다.

레조는 길이 4,350㎜의 작은 차체를 가졌지만 3열 시트까지 갖춰 7인승으로 출시됐다. 2018년형 쉐보레 아베오가 4,420㎜, 2017년형 현대 엑센트의 길이가 4,370㎜인 점을 감안하면 레조가 얼마나 작은 차였는지 알 수 있다. 그 작은 크기에 7개의 시트를 ‘억지로’ 집어넣은 셈이다. 왜 그랬을까.

한국에서는 7인승이 유리했다. 승합차에서 승용차로 재분류됐지만 자동차 세금 인상은 2004년까지 유예됐다. 또한 7인승에 한해 예외적으로 일반인도 LPG차를 등록할 수 있었다. 결국 7인승 승용차는 자동차세와 연료비가 저렴해 일반 승용차에 비해 유지비 측면에서 큰 이점이 있었다. 7인승 소형미니밴 레조가 만들어지는 배경이다. 국내에서는 7인승으로 팔렸지만 해외 차량은 5인승으로 제작됐다.

7인승이지만 3열 시트에 성인이 들어가 앉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릎을 세워 가슴에 붙여야 할 정도였다. 짐이라도 있으면 7명이 타기는 불가능했다. 레조 시승행사에서, 3열에 직접 앉아보자고 장난스레 시도하는 기자들을 대우차 임원이 손사래 치며 막는 일도 있었다. 7인승이라고는 하지만 5+2 시트였다. 즉 제일 뒤의 두 자리는 성인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작은 아이들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자리라는 의미다.

레조의 스타일은 그 이전 유럽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르노의 메간 세닉을 많이 닮았다. 1996년 말에 등장한 르노 메간 세닉은 A세그먼트에 미니밴 스타일을 적용해 ‘모노볼륨카’ 혹은 ‘미니 미니밴’으로 불리며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5인승으로 처음 선보였던 메간세닉은 후에 그랜드세닉이라는 7인승 모델이 추가된다. 레조의 등장에 큰 영향을 미친 차였다.

대우차는 레조의 실내를 강조했다. “안이 즐겁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대대적인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실내에 다양한 편의장치와 방음ㆍ방진 시스템을 갖췄다. 대시보드에 고급스러운 우드 그레인을 적용하고 5개의 수납함과 11개의 컵홀더, 뒷좌석에는 비행기에서 볼 수 있는 간이 테이블을 부착하는 등 실내 편의성 향상에 정성을 기울였다.

레조는 출시한 첫 달인 1월 한 달간 2,172대가 출고됐고 주문은 1만대를 넘기며 큰 인기를 끌었다. 레조 주문이 늘자 대우차 군산공장은 2년여 만에 주간 2교대 생산체제에 들어가기도 했다. 레조는 2000년 내수판매 5위에 오른다. 레조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휠하우스 부근의 부식문제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레조는 2008년 5월 후속 차종 없이 단종 된다. 대우차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형 미니밴이었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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