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가 손잡이 부분에 달린 상중심(上中心) 무선청소기의 공통점일 뿐입니다.”
지난달 말 출시된 LG전자의 무선청소기 신제품 ‘코드제로 A9’이 불과 3주 만에 1만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다. 역대 LG 청소기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이지만, 무선청소기 세계 1위 다이슨 제품과 A9의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평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지난 19일 서울 양재동 LG전자 서초연구개발(R&D)캠퍼스에서 A9을 디자인한 이명훈(46) H&A디자인연구소 소형가전팀장과 같은 팀 소속 김진주(35) 선임연구원에게 이에 대해 물었더니 “절대 그렇지 않다”며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LG전자에서만 21년째 근무 중인 이 팀장은 “2015년 8월부터 산학협력 등을 통해 백지상태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모터와 배터리의 방향은 물론 청소기에서 가장 중요한 공기의 흐름도 다이슨 제품과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11년 차 디자이너 김 선임도 “상중심 무선청소기는 미국 업체들이 먼저 선보였다”며 “굳이 따지자면 디자인이 유사한 게 아니라 상중심 무선청소기란 플랫폼의 성격이 비슷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A9은 청소기 역사가 30년이 넘는 LG전자가 처음 내놓은 상중심 무선청소기다. 하중심 청소기는 바닥 청소에 강점이 있지만 상중심은 바닥은 물론 천장까지 공간 청소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이 팀장은 “A9은 원래 올해 초 출시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연말 내부 검증에서 ‘그다지 편리하지 않다’는 불만이 나와 배터리 부분을 전부 갈아엎었다”며 “결과적으로 출시가 6개월 정도 지연됐다”고 털어놨다.
이런 과정을 거친 A9은 최초로 착탈식 배터리 2개를 사용해 80분 연속 청소가 가능한 무선청소기로 탄생했다. 이 정도 시간이면 웬만한 가정에서 메인 청소기로 쓸 수 있다. 여기에 제트엔진보다 16배 더 빠른 스마트 인버터 모터, 벽 고정식이 아닌 충전거치대 등의 강점이 더해졌다. 김 선임은 “시장조사를 통해 주택이 임대 위주인 해외에서 벽걸이 전용은 설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다른 회사에 없는 자립형 충전거치대를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베테랑 디자이너들은 미래의 청소기는 인간이 청소에 들이는 힘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팀장은 “기존 동글이 청소기라 부르는 제품을 누가 먼저 미래형으로 대체하느냐에 따라 청소기 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라며 “LG에는 배터리와 센서, 모터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계열사들이 있어 타 업체와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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