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경찰서 박장훈 경장
SNS 중고생 친구만 6만명
문신 제거·검정고시 등 도와
“얘들아 경찰아저씨다. 무더위에 다들 잘 지내지?” “네. 그런데 권총에는 진짜 실탄이 있어요?”
4월 초부터 평일 저녁 8시만 되면 범죄 예방을 위해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해온 대구 성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박장훈(34) 경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고생 친구 6만여명, 카카오톡 친구 5,400여명을 둔 학교전담경찰관이다.
2014년 학교전담경찰관이 된 박 경장은 4년째 SNS를 통해 대화창구를 열면서 학교폭력 신고전화(117)보다 더 많은 제보를 받고 있다. 정기적으로 상담이나 제보를 하는 학생들도 1,400여명에 이른다.
5월쯤 박 경장은 정은(17·여·가명)이로부터 ‘검정고시에 합격했다’며 합격증 사진과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곤 “문신을 지우고 싶다”는 정은이를 위해 무료 시술 기관을 찾아 수차례에 걸쳐 흔적을 지웠다. “이제 문신이 사라졌어요”라고 호들갑을 떨던 정은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골초에 손등에는 커다란 보살 문신을 새긴 문제아였다. 하지만 박 경장은 지난해 8월 정은이를 처음 만났을 때 충고 대신 얘기를 들어 주기만 했다. 가끔 밥을 같이 먹으면서 친구처럼 지냈다. 그랬더니 오래지 않아 정은이 입에서 “대학에 가고 싶은데 현실에서 발을 빼기 힘들다”는 고민을 듣게 됐다. 그 다음부터는 모든 것이 술술 풀렸다.
지난해 8월에는 불우한 가정 문제로 방황하던 고교생이 유서를 남기고 가출했다. 제보를 받은 박 경장은 가출 학생의 친구 6명을 불러 “전화가 오면 끊지 말고 112에 문자를 보내라”고 당부했다. 일주일 만에 전화가 걸려왔고 박 경장은 112상황실의 위치추적으로 가출 학생을 찾을 수 있었다.
등에 용 문신을 새겼던 경호(16·가명)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 “문신을 지우고 싶다”는 그를 이끌고 봉사활동에 나선 지 1년이 되던 날 경호가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학교 범죄 예방에 발 벗고 나선 박 경장도 학창시절에는 폭력의 희생양이었다. 중학교 시절 체격이 왜소했던 그는 3년 내내 이유 없이 맞고, 따돌림을 당해야 했다. 그러다 고교 2학년 때 “아이스크림 사 와”라는 일진에 맞서 주먹을 날린 후로는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았다.
2004년 4월 대학 졸업 후 특전사 부사관으로 입대한 그는 훈련 중 무릎관절을 다쳐 의가사제대했고, 재활치료 중 형의 권유로 2008년 경찰에 입문했다.
“색안경을 끼고 문제아를 보는 사회가 더 큰 가해자일 수 있다”는 박 경장은 “작은 관심이 학교폭력을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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